"10대의 순수성을 표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캐스팅이었다. 그래서 8명을 뽑기 위해 4000여 명의 사람을 만났다."

2일 오후 전북 전주영화제작소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기자회견에서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은 이같이 밝혔다.

이탈리아 로마 출신인 조반네시 감독이 내놓은 이 영화는 지난 2월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각본상)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이 영화에서는 니콜라를 비롯한 열 명의 10대 소년이 어른들의 마약 밀매 사업을 도우며 세력을 늘려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는 '고모라'의 원작자로 널리 알려진 로베르토 사비아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질주하는 청춘들의 모습과 이면을 고전적인 스타일의 영상미를 통해 표현하고 성장의 이면을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누아르 스타일로 그려냈다.
  
조반네시 감독은 "전작 플라워 때(2017년)도 영화제에 초청된 데 이어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에 선정돼 감사하다는 인사드리고 싶다"며 "한국은 첫 방문인데 유럽 이외의 문화권에 영화를 소개하게 돼 영광"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 영화는 남부 이탈리의 나폴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보편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10대 아이들이 개인에서 시작된 어떤 이야기와 사건들로 인해 순수함을 잃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영화에는 캐스팅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비전문 부분에서 배우 캐스팅을 진행했기 때문에 8명을 뽑기 위해 4000여 명을 만났다"면서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듣게 된 이야기 일부를 이 영화에 녹였다"고 덧붙였다.

전작인 '플라워' 작품과 마찬가지로 10대 이야기를 다룬 것에 대해 "10대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세 가지"라며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는 것과 10대가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 때 이때의 아이들이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갈등이 생길 수 있고, 어른이 되어 이성적일 때와 다른 순수하고 강렬한 감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반네시 감독은 '고모라' 작품을 소재로 한 이유에 대해선 원작자인 로베르토 사비아노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에 작품을 영화화할 때는 고모라와 같은 범죄 영화 누아르 시리즈가 아닌 소년들의 감정에 포커스를 둔 영화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면서 "이 영화는 범죄자들의 마약 세계가 아닌 순수함을 잃어가는 소년들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영화 장면 중 주인공인 니콜라가 여장하고 마약 밀매 사업 조직 중 한명을 암살한 뒤 집으로 돌아와 화장을 지우는 장면은 시나리오 구조상 아주 중요한 장면이라며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이충직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10대에 관한 야기되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개·폐막작 모두 순수성을 상실했을 때 끝이 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며 "이는 역설적으로 20년간 가져왔던 정신을 잃었을 때 더는 좋은 영화제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 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나름대로는 가져왔던 정신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이고 한단계 성장해서 진정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영화제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자 이번 개막작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영화제는 이날 오후 7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11일까지 세계 52개국 영화 262편(장편 202편·단편 60편)이 관객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