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이제 우리 조선은 해방인 거야?”
“그럼 해방이지, 해방!”
“와아! 해방이다, 해방!”
남준과 명희는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말 없는 많은 말이 두 사람의 얼굴에 쓰여 있었다.
아침마다 운동장에 모여 천왕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되고, 산에 올라가 관솔을 채취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도 굿패가 제대로 연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해 정월 열 나흗날 오후, 남준 아버지 강병도, 명희 아버지 박규환은 같은 굿패에 소속되어 마을 굿에 초대되었다. 굿패는 동네에 들어서기 전 먼저 금줄로 막힌 어귀에 당도했다.
몇 년 전에는 남준과 명희도 무동으로 굿에 참여했는데, 나이가 먹고 덩치가 커져 무동을 못하고 심부름꾼으로 따라갔다.
‘챙쟁 채재쟁 쟁쟁 채재쟁, 덩덩 쿵더덕 덩덩 쿵더덕.’
마을 사람들에게 굿패가 도착하였음을 알리고 굿패가 사람들에게 만족할 만한 굿을 펼쳐보일지 보여줘야 한다. 금줄 주변에는 이미 동네 사람들이 모여 굿패의 연행 실력을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발수가 먼저 나발로 굿패의 당도를 알리고 이어서 대포수를 필두로 영기와 농기, 새납이 앞장 서 나가고 그 뒤를 굿패의 우두머리인 상쇠가 치배들을 이끌고 일렬로 나가 어느 지점에 도착한 뒤 상쇠가 마을에 굿패가 왔음을 소리치고, 이어 잡색 중 좌창과 우창이 금줄 앞으로 가서 마을 큰 어른께 굿패의 입장 허락을 구했다.
큰 어른은 굿패의 실력을 보자고 한다. 상쇠는 쇠를 두드리며 굿패를 선도하여 이열종대로 배치시켰고 굿패는 연행을 이어가며 굿치는 실력을 보이기 위해 준비를 한다.
정월 대보름을 앞둔 전날, 마을은 실력 있는 굿패를 불러다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굿을 연행토록 하여 마을 주민 모두에게 한해의 본격적인 출발을 축복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굿패는 문굿으로 연행 실력을 보여주고 마을로 입장하여 당산굿으로 마을 서낭당에 인사하고 주민의 집에 들어가 마당밟이라 부르는 매굿을 치게 되는데 조왕굿, 정재굿, 철룡굿, 샘굿을 치고 마지막으로 성주굿을 치게 된다.
‘덩덩 궁따쿵, 덩덩 궁따쿵.’
장구잽이인 강병도와 통북잽이인 박규환 등 치배들은 이열종대로 서서 상쇠의 부름에 따라 가운데로 나와 기량을 뽐낸다.
이채덩더쿵 가락에 맞춰 먼저 법구잽이가 소고를 들고 까치채로 달려 나가 한번 뛰어서 허공에서 재주를 넘는 동작인 연풍대, 꾸리북, 옆치기, 가랑이치기, 자리 잡고 좌우새 발림, 돌면서 맺고, 옆뛰기, 엇박 꾸리북, 앉아서 놀기 등 다양한 춤사위를 선보였고, 이어 타조 깃털로 만든 부포를 뻣상모로 이어 머리에 쓴 상쇠가 통북잽이인 박규환을 판으로 불러냈다.
역시 까치채로 달려나가서 연풍대, 발바치 발림, 오방진 가락으로 붙들고 앉고 서고 들고 차고를 동작하며 연주했고, 다음으로 상쇠는 장구잽이인 강병도를 불러냈는데, 세로로 길게 나가다가 동서남북 가운데 다섯 방향에서 차례로 나선형으로 감았다가 풀어서 방울진을 거듭 쌓는 오방진과 발림, 까치채, 연풍대를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상쇠는 같은 쇠인 수종쇠를 불러냈는데, 역시 연풍대로 입장하여 똑똑갱 똑똑갱을 보여줬고 꽹과리를 하늘 높이 든 채 너울너울 춤을 추기도 하였다.
“주인 주인 문 여소, 복 들어간께 문 여소! 문 여소 문 여소, 복 들어 간께 문 여소~!”
“가히 고창 최고의 굿패라 불러도 손색이 없소이다 그려. 어서들 우리 마을로 들어와서 그동안 쌓인 마을에 나쁜 액을 다 씻어주고 좋은 복만 집집마다 가득가득 퍼 담아 주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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