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강 씨란 사람이 왜 아이를 키우려 했는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이런 말을 하면 좀 실례가 될지 모르겠는데…….”
루이자는 미소를 지운 약간 심각한 표정으로 동식의 눈치를 살폈다.
“가만히 있어 보자, 이름이……?”
루이자는 미안한 얼굴을 하면서 동식을 쳐다봤다. 지금껏 일을 부려먹으면서 이름도 물어보지 않았다는 게 미안했던 것이다.
“동식요, 강동식요.”
“아, 강 씨예요? 나하고 같은 강 씨네, 호호호. 그래서 그 강 씨라는 분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그렇지 않아도 어제 강동식 님을 볼 때부터 왠지 그분 생각이 났어요.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동식 님을 보면 그분이 떠올랐어요. 같은 강 씨라서 그랬나요? 호호호.”
루이자는 흘리는 투로 말을 했지만 동식은 저도 모르게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지 않으려 해도 그랬다.
“그 강 씨라는 분, 고향이?”
“무장이라고 그랬어요. 무장면요.”
“무…… 장면요?”
루이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뭔가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물어보는 동식을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왜요?”
“아, 아닙니다요. 허허허.”
동식은 얼떨결에 건달들의 상투어로 말을 맺으며 웃었다. 하지만 루이자에게 대답한 것으로 아닌 게 아니었다. 육중한 의문부호가 동식의 뒷머리를 무겁게 눌러오고 있었다.
무거운 의문표 때문에 어떻게 승합차를 운전하여 호암마을로 돌아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호암마을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서부터 석정온천에 가서 온천에 몸을 담갔을 때까지, 루이자 수녀가 전해준 강 씨라는 사람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동식도 무장면 출신이었다. 고창행복원에 남겨져 있는 그의 기록이 그렇게 되어 있었다. 어제 고창초등학교에서 만났던 강정근이란 사람이 생각났다. 그는 동식이 자신의 국민학교 중학교 동창인 강남준이란 사람과 너무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강정근이 말한 강남준, 루이자 수녀가 말한 강 씨라는 성을 가진 사람과 동식이 무장면 출신이라는 점들이 삼각점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동식은 서른다섯 해를 살아오는 동안 부모를 찾아보겠다고 마음 먹어본 적이 없다. 너무나 바쁘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고아원에서는 다른 아이들보다 하나라도 더 입에 밀어 넣고 더 좋은 옷을 입고 더 나은 잠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바빴고, 고아원을 나와서는 역시 먹고 입고 잠잘 곳을 차지하려 다른 아이들과 아귀다툼을 버리느라 바빴다.
그러다 소년원에 들어갔고, 소년원에서도 역시 남들보다 더 먹고 입고 좋은 자리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싸우느라 바빴다.
스무 살이 되어서부터는 건달이 되었고, 건달 식구들과 살아가면서 굳이 부모나 형제가 없어도 후배가 동생이 되고 선배가 형이 되었으므로 가족은 필요 없었다.
게다가 건달 식구들을 위해 싸웠고 빵에 가느라 분주했음으로 역시 부모를 찾을 시간이 없었다.
건달이 되면 자의든 타의든 친형제나 부모보다 건달 식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또 그들과 어울리느라 집에 들어가는 시간도 거의 없어 부모나 친형제들을 만날 일도 거의 없다.
그러니 굳이 부모나 친형제를 찾을 이유가 당장 필요치 않은 것이다. 동식은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조직 생활에 염증을 느끼면서 사람다운 삶이 대체 어떤 꼬락서니인가 싶어 기웃거려보고 싶은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굳히면서 동식은 온천탕에서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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