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 성씨가 강 씨잖아요. 왜 강 씨 성을 붙였어요?”
수많은 성씨 중에 왜 강 씨를 붙였을까. 동식은 자신과 같은 강 씨라는 게 흥미롭기도 해서 궁금했다.
“지금은 그런 환자분은 없지만 예전엔 이곳 호암마을이 한센인 마을이었어요. 제가 이 마을에 온지 40년이 다 되어가는데, 물론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지냈지만 많은 세월을 이곳에서 보냈지요. 이 마을에 살던 한센인 중에 강 씨 성을 가진 분이 있었어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처음에 제가 이태리에서 와서 한국말도 서툴고 해서 많이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그분이 제가 한국말을 배우는데 많이 도와줬어요. 물론 저도 그분을 위해 일을 하긴 했지요. 처음에는 치료라든가 재활해서 사는데 협조를 하지 않았는데, 한 1년 쯤 지나서부터는 아주 저하고 친하게 되었어요.”
“그 분이 강 씨 성을 쓰라고 했군요?”
“거의 35년이 지난 것 같아요. 그 분이 돌아가신 것이요. 그 분이 돌아가시면서 저에게 강 씨 성을 써달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분하고 인연이 깊으셨나 봐요.”
“참 안타까운 분이었어요.”
“병 때문에 돌아가신 건가요?”
“병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것도 있었어요. 그분이 돌아가시기 1년 전에 그분의 아이가 생겼어요.”
“그러면 결혼을…….”
“그건 아니에요. 어렸을 때 알고 있던 여자분이 있었는데 그분은 무당이었어요.”
“무당요? 그러면 그 무당이 강 씨 성을 쓰는 그분의 아이를 낳았단 말인가요?”
루이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사이 차는 고창병원에 도착했다.
모시고 온 노인도 치료를 받아야 했고 루이자도 무릎을 진찰 받아야 했으므로 강 씨에 대한 이야기는 더 할 수 없었지만 동식은 루이자에게 들은 강 씨에게 마음이 끌렸다.
강 씨는 어떤 인연으로 무당을 만났고 또 나병환자인 강 씨라는 사람이 어떻게 무당과 남녀관계로 발전하여 아이까지 낳게 된 것 일까. 그런데 왜 아이가 태어난 지 일 년 만에 강 씨는 죽었을까.
모시고 온 노인의 치료도 끝나고 루이자의 무릎 진찰도 끝나, 세 사람은 돌아가기 위해 다시 승합차에 탔다.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그래요?”
“아무래도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그러네요.”
루이자는 잠깐 근심어린 눈을 했지만 이내 원래대로 얼굴을 펴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수술하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수녀는 낙관적으로 말했다. 얼굴에 늘 미소를 띠고 있는 것처럼 모든 걸 긍정적으로 돌리려는 수녀의 마음이 밝아 보여 좋았다.
“아까 병원에 오면서 말씀 하셨던 그 강 씨라는 분은 왜 돌아가셨어요?”
루이자와 마을 노인이 진료와 치료를 받고 있는 동안, 동식은 루이자 수녀가 말한 강 씨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어 온통 머리는 그 강 씨로 채워져 있었다.
“아이를 일 년 전에 그 무당이 낳았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그 아이를 강 씨는 키울 수 없었어요. 정상적으로 태어난 아이는 이 마을에서 키울 수 없었어요. 아이를 키울 수 없으니까 마음에 병이 생긴 것 같아요. 한센병 치료도 등한시하고요. 그런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돌아가셨어요. 그분은 악기를 잘 다뤘어요.”
“악기를요?”
“왜 농악 있잖아요. 북, 장구 그런 거요. 무엇보다도 피리를 아주 잘 불었어요. 마을에서 농악대를 만들기도 했고요.”
루이자는 강 씨가 악기를 잘 다뤘다는 말을 하고 있었지만 동식은 그 아이와 그 아이를 낳은 무당이 더 궁금했다.
“강 씨라는 분이 아이를 키우지 못하면 아이를 낳은 그 무당이 키우면 되잖아요.”
“그러면 좋겠지만 그 무당은 맹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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