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 이룸(이사장 이윤정)이 마련한 제2회 ‘치매가족을 위한 힐링 콘서트’가 깊어가는 가을밤, 전주의 하늘을 아름다운 선율로 수놓으며 관객들의 가슴에 오래 남을 감동을 전했다.

이번 공연은 ‘음악으로 물 들이는 기억의 정원’을 주제로, 음악애호가, 치매 환자와 가족을 비롯한 80여 명의 관객이 함께했다.

이날 공연은 전석 무료로 진행되어 더 큰 울림을 주는 음악회가 되었다.

 무대에는 성악가 석상근, 송난영, 심용석, 플루티스트 정현진, 첼리스트 김인하, 피아니스트 박찬근 등 호화로운 출연진이 올라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무대는 신경과 전문의 김지성(전주병원)의 치매 강의로 문을 열었다. 객석에 모인 이들은 치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진 뒤, 음악으로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무대에 몰입했다.

정현진의 플루트 연주 Tafanel의 ‘Grande Fantaisie sur Mignon’, 김인하의 첼로 독주 ‘자클린의 눈물’, 그리고 두 연주자의 협연 'Song from Secret Garden’은 가을밤의 서정을 더욱 짙게 물들였다. 이어 성악가들의 무대는 ‘가고파’, ‘Musetta’s Waltz’, ‘Non ti scordar di me’, ‘가장 아름다운 노래’, ‘새타령’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마지막 앵콜곡 ‘아름다운 나라’는 출연진과 관객이 함께 어우러져 노래하며, 음악이 가진 치유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는 장관을 연출했다. 관객들은 손을 맞잡고 눈시울을 붉히며, 짧지만 깊은 위로와 치유의 시간을 함께했다.

이날 공연에는 전주치매안심센터 환자와 가족들도 여러명 자리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특별한 감동을 나눴다. 단순한 음악회가 아닌, 삶의 고단함을 달래고 희망을 심어주는 ‘기억의 정원’이 된 것이다.

문화공간 이룸을 이끄는 이윤정 이사장은 해외 유학파 피아니스트로, 자신의 열정 하나로 전주 효자동에 아담한 음악당을 세웠다. 그녀는 번 돈을 아낌없이 음악에 투자하며 전북 도민에게 수준 높은 문화 향기를 전파하는, 음악계의 ‘북극성’ 같은 존재다.

이윤정 이사장은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 음악으로 따뜻한 위로를 드릴 수 있어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이룸을 통해 더 많은 이들과 음악이라는 장르로 삶의 희망을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가을밤, 전주의 작은 음악당에서 울려 퍼진 선율은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잊지 못할 위안과 희망의 불빛으로 남았다. /이만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