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한쪽 다리를 다른 다리에 올렸고 팔짱을 끼며 상반신을 의자 뒤로 기댔다. 의자를 비워줄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것이다. 명색이 건달인데 양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동식은 여전히 아직은 건달이다.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 예의나 차리고 자리나 양보하는 멍청이 같은 짓은 하지 않는 게 몸에 배어 있다. 

시선을 피하고 있었으므로 동식을 쳐다보는 사내가 여전히 동식을 쳐다보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몹시 관자놀이가 따가웠다. 

이럴 때는 있는 대로 인상을 구기고 천천히 얼굴을 돌려 쳐다보고 있는 사내의 눈을 찌를 듯 송곳눈을 뜨고 째려봐야 한다. 건달은 절대 일반인과 눈싸움에서 지지 않아야 한다.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사내를 흘겨보는 대신 동식은 얼른 몸을 일으켰고 의자를 들어 사내에게 권하기까지 했다. 이곳에서는 건달이고 싶지 않으니까. 

 

“혹시…….”

 

동식이 의자를 양보했는데도 사내는 의자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저 동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무슨 말인가를 이어가려 했는데 조금 놀란 눈처럼 보이기도 했다. 

동식도 그런 사내를 쳐다봤다. 건달의 눈에서 최대한 힘을 빼고 일반인의 평범한 눈을 하려고 애썼다. 잘 되었는지 모르지만. 

“강남준이라고…….” 

강남준? 누구지? 동식은 얼른 머리를 굴려 조직의 선후배나 이런 저런 인연으로 알게 된 다른 지역 건달들의 이름 속에서 강남준을 찾았지만 그런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 성명이었다. 

동식은 사내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여전히 일반인의 눈을 유지하려 노력하면서 사내를 쳐다봤다. 사내가 뭔가 착각한 것인가. 사내는 강남준을 말하면 동식이 뭔가 반응을 보일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동식이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고만 있자 조금 전 놀란 눈을 잠재웠다.

“혹시 그 사람을…… 아시오?”

동식은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말 모르시오?”

사내는 재차 확인하려들었다. 대체 이 양반이 왜 이러는 거야? 자세히 보니 나이가 칠십 가까이는 되어 보이는데 노망이 들었나.  

“아니요. 잘 모르겠는데요.”

사내는 얼른 굳어 있던 표정을 풀었다.

“아, 그래요. 미안혀요. 내가 알고 있는 사람허고 너무 닮아서 말이요, 허허허.”

거 참, 싱거운 양반이네. 강남준이라는 자가 누구이기에 나와 닮았다고 하는 건가.

“그 사람이 누구인데요?”

두 사람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본,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사내에게 의자를 양보했다. 사내는 의자에 앉으며 동식에게도 앉으라고 손짓을 하였다.

“나이가 어떻게 되시오?”

왜 나이까지 물어보는 것일까. 동식은 서른다섯이라고 말했다.

“강남준은 내 국민학교, 중학교 동창인디, 댁하고 너무 닮아서 그 친구가 아닌가 순간 착각혔소.”

“무장에 사시는 건가요?”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때 치복을 입은 사람이 사내에게 무슨 말을 하면서 데려 가버렸다. 

사내가 무장농악단의 책임자인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통에 이후 동식과 더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강남준이라는 사람이 동식과 닮았다는 말이 동식은 신경 쓰였다. 사내는 옆 사람에게 아까 그 사내의 이름을 물어봤다.

“강정근 씨요. 우리 농악단 상쇠요.”

다음날은 역시 호암마을로 봉사활동을 갔다. 동식은 차를 몰고 가면서 실실 웃음이 나왔다. 언제부터 이렇게 성실하게 살았나 싶은 것이다. 교도소에서 나온 후 동식의 내면에서 변화가 일어난 건 사실이다.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