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 온순한 사람들에게 방귀소리로 위협을 가했다는 혐의를 붙여서 말이다. 조사만 받으면 끝이냐 하면 그게 아니다. ‘범단’으로 분류되면 판사가 사건기록을 쳐다볼 것도 없이 바로 구속이다. 그러다보니 사람들 앞에서 콜라나 사이다를 마시고 트림도 함부로 할 수 없다.      

범단 소속 건달은 워낙 교도소 단골이다 보니, 아무 때나 들어가도 제 밥은 찾아먹는다. 

동식이 한참 미친개처럼 뛰어다니던 20대 무렵 교도소를 제집처럼 들락날락할 당시, 전주교도소의 실정을 살펴보자. 

전주교도소는 소위 중범교도소다. 쉽게 말해 마빡에 별 2개 이상은 달아야 수용될 수 있는 상급 교도소라는 것이다. 미결 사동은 1사동과 2사동으로 나눠져 있었다. 

1사동은 전주월드컵파가 2사동은 전주나이트파가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전주오거리파와 중앙시장파, 타워파, 북대파도 있었지만 월드컵이나 나이트에 비해 세력이 작았으므로 분산되어 있었다. 

월드컵과 나이트가 분산된 이유는 전주의 양대 건달 조직이었으므로 두 조직이 사사건건 충돌했기 때문이다. 남원 솔벗파와 한가족파도 같은 이유로 1사와 2사로 나눠져 있었고, 익산의 역전파와 구시장파도 역시 분리되어 있었다. 군산의 백악관파는 군산교도소를 주름잡고 있었다. 

정읍 썬라이트파도 전주교도소에서는 먹어줬다. 강동식이 둥지를 튼 고창의 건달 조직도 전주, 익산, 군산, 정읍 조직만큼은 아니어도 이름을 대면 어어 거기, 할 정도 알아줬다. 고창이라는 지역이 누구든 와서 함부로 나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건달들은 사실 서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이가 아니면 다들 친분을 쌓으며 서로 끌어주고 도와주는 모양새로 감방생활을 했다. 이런 협조가 사회에 나가서도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모든 감방의 방장은 건달들이 차지하고 있었으며, 노역을 하는 공장들의 반장 또한 건달이 맡고 있었다. 교도소 측은 이를 묵인하고 있었다. 

건달들에게 먹잇감을 던져 주워 가급적 사고를 치지 않도록 하는데 하나의 목적이 있었는데, 건달들은 그들의 세력으로 감방이나 공장의 다른 재소자들은 효율적으로 통솔했다. 

사실 각 사동이나 공장에 수용된 재소자가 대략 100여 명에서 150여 명이 되었으므로 교도관 한두 명으로는 커버가 되지 않았는데, 교도관의 역할을 건달들이 대신해 주고 있었다. 

즉 건달들이 교도관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부분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그 효용성을 이용하려는 것이 두 번째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교도소 내에서 건달들 세계도 군대나 다른 남자들 그룹과 똑같다. 센스가 있고 빠릿빠릿하고, 운동을 잘 하는 놈은 인정받는다. 세력이 약한 조직의 건달이라 해도 인정을 받는 것이다. 

고창의 옆 마을인 정읍의 썬라이트파는 은근히 동식을 자기들 세력으로 포섭하려는 시도까지 했었다. 

90년대 초중반 쯤 정읍과 고창, 부안의 건달들은 한 놈씩 서울로 올라가 터전을 잡기 시작했는데, 어느 정도 ‘나와바리’가 형성되면 고향 후배들을 끌어올려 세력을 키웠다. 정읍의 센라이트파는 세력을 키워 서울에서 광주지역 조직과 맞설 정도로 규모가 확장되기까지 했다. 

하여튼 조직 생활도 먹고 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길을 들어서다보니 그 길로 들어서게 되고 어차피 들어선 길, 먹고 살길이나 마련하자는 차원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합법적인 사업과 불법적인 일을 겸해가면서 먹고 사는 건데, 그 비즈니스에 사람을 죽이는 일은 끼어들면 안 되는 것이다. 

살인은 조직에 치명적이다. 잘못하면 조직이 와해될 수 있다. 정읍에서 썬라이트와 맞서고 있던 역전파는 사람을 죽임으로써 조직이 산산조각 나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