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을 국내로 반입하는 게 문제였는데, 정태가 생각해낸 방법은 기상천외하기 짝이 없었다.      

‘얼빵한 조선족 한 놈 구워삶아서 그놈 뱃속에 물건을 채워가지고 오도록 하는 거야. 뽕을 만두만한 크기로 비닐로 밀봉해서 기름을 발라 배가 터질 때까지 삼키도록 하는 거지. 들어올 때 검사만 통과하면 끝이다 이거야. 어떠냐?’

실소가 터지려는 걸 동식은 겨우 참았다. 어처구니없는 발상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데서 사고가 터졌다.

‘배가 터질 때까지 삼킨’게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도중에 위장에 채워져 있던 비닐 밀봉이 터져버렸고, 얼빵한 조선족은 급성 마약중독으로 급하게 이승을 떠나고 말았다. 

주범을 찾는 경찰 조사가 진행되었고 수사망은 좁혀왔다. 정태가 슬금슬금 동식의 눈치를 살폈을 때 동식은 정태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총대를 메겠습니다.’ 

그렇게 7년을 살았다. 뭘 바라는 건 아니지만 섭섭한 마음 떨칠 수 없었다. 그런데 챙겨준다고 권한 일이 건설회사 협박이라니. 던져준 먹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내키지 않았다. 

징역을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보호관찰 기간 중이라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제대로 코가 뀔 수 있다. 

동식은 말보로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담배를 몇 모금 빨아 당기는 동안 정태와의 옛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소년원에서 나왔을 때 갈 데 없던 동식을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었던 치가 정태였다.   

‘식구로 들어와라. 우리 같이 멋지게 살아보자.’

15년 전 동식은 오정태 밑에서 날아다녔다. 주먹을 휘두르라면 주먹을 내뻗었고, 몽동이질을 하라면 몽둥이질을 했다. 사시미 칼질을 하라면 사시미 칼질을 했다. 

정태의 패거리는 고창의 20세기와 보리알 두 다른 조직을 흡수했다. 동식이 큰 역할을 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고창읍내에서 정태 패거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물론 그 바람에 고창경찰서에 달려가는 날이 많았고, 정읍경찰서 대용감방에서 새우잠을 자던 날도 많았으며, 전주교도소에서 법무부 밥을 축냈던 날도 많았다.   

동식은 미간을 좁히며 중간쯤 피우던 담배를 재떨이에 신경질적으로 짓이겨 껐다. 마지못한 듯 조수석 의자에 던져두었던 휴대폰을 들었다. 

정태와의 이런저런 일들이 머리를 들쑤셨지만, 동식이 휴대폰을 든 것은 순전히 ‘농악’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농악이라는 말이 웬지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이다. 

소년원에서 우연히 장구와 북, 꽹과리를 접했다. 가슴에서 뜨거운 뭔가가 솟구치던 시절이었다. 뭔가를 두드려 패지 않으면 속에서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장구 같은 국악기였다. 속에서 활화산처럼 분출하는 뜨거운 것들을 꽹과리와 북을 쳐서 달랬다. 교도소에 있을 때도 장구와 북을 잡았다. 

같은 부류의 어깨들이 건달이 무슨 놈의 장구를 치냐며 힐난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동식은 청룡건설 사장에게 전화를 넣었다.    

“정태 형님이 농악 뭐시기라고 하던데, 무슨 공사요?”

‘성송면에 폐교된 학천초등학교가 있었는데 한 5년 전에 농악전수관으로 리모델링해서 농악패들이 농악을 가르치고 있거든. 그런데 그 전수관에 100여 명이 숙식할 수 있는 숙소동을 짓는다고 하는 거야.’

“100명이 들어갈 정도의 건물이면 꽤 큰 건데.”

‘공사비가 4억밖에 안 돼.’

동식의 이마에 고랑에 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