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음악책은 많지만, 이 책처럼 조용히 마음의 가장 깊은 결을 울리는 책은 드물다.
성악가 백재은 씨와 음악평론가 장일범 씨가 함께 쓴 『당신 곁의 아리아』(그래도 봄 출판사)는 ‘오페라 입문서’라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단지 클래식이나 오페라에 대한 해설이 아니라, ‘사람과 삶의 노래’를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책이다.
많은 이들에게 아직도 오페라는 여전히 낯설다. 언어도 어렵고, 공연장도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오페라를 우리의 삶 가까이로 데려오는데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오페라가 다루는 사랑, 질투, 희망, 절망, 용서, 고독은 우리가 살아가며 수없이 맞닥뜨리는 감정들이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문득 깨닫게 된다. 오페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만 울리는 노래가 아니었음을. 그것은 바로 우리 안에서, 오랫동안 묵혀 있던 감정들이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섬세하게 흘러나오는 삶의 선율이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두 사람의 ‘대화’에 있다. 수십 년간 무대에서 아리아를 불러온 백재은 성악가는 인물의 심리와 감정을 눈물 맺힌 목소리로 전하고, 클래식 해설의 대중화에 앞장서 온 장일범 평론가는 음악의 배경과 작곡가의 숨은 의도를 친절하게 들려준다.
두 사람의 호흡은 라디오 방송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에서 이미 많은 청취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여운이 책으로 까지 이어진 것이다.
책은 ‘사랑’, ‘열망’, ‘운명’이라는 주제를 따라 16곡의 대표 아리아를 소개한다. 예컨대 『카르멘』의 ‘하바네라’는 자유롭고 당당한 여성의 목소리를 노래하고,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는 고통 속에서도 불굴의 희망을 품은 인간의 절박한 소망을 들려준다.
우리가 어떤 장면에서 울컥했던 기억,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이 빛나 보이던 순간, 혹은 절망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을 붙잡았던 그날들이 이 아리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아리아들이 우리에게 결코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까스활명수 광고에 쓰인 ‘밤의 여왕 아리아’, 영화 <미션 임파서블> 속 ‘네순 도르마’, 다양한 드라마와 광고에서 울려 퍼졌던 푸치니의 선율 등, 우리 귀에 익숙한 음악들이라 독자들은 “아, 이 노래 들어봤는데?” 하고 반가워한다. 그리고 그 친숙한 음악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와 인물의 감정을 알게 되는 순간, 음악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삶의 주인공이 된다.
『당신 곁의 아리아』는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감정과 서사의 입구를 열어주는 입문서이고, 오페라를 사랑해온 이들에게는 새로운 해석과 깊은 공감을 전해주는 동반자다.
누구나 자신의 마음속에 아리아 한 곡쯤은 간직하고 산다. 사랑했던 순간, 이별했던 날, 무너졌던 기억, 다시 일어섰던 새벽. 그 모든 감정들이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 되살아난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진심을 다해 울었던 순간이 언제인가요?”
“당신이 품고 있는 가장 뜨거운 소망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대답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읽고 듣고 느끼는 아리아 속에, 이미 우리의 마음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당신 곁의 아리아』는 음악을 사랑하는 책이 아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책이다. 우리를 흔들고, 위로하고, 다시 살아가게 하는 노래를 곁에 두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그리고 그 제목처럼, 그 아리아는 언제나 우리의 곁에 있다.
이 책은 음악에 문외한인 비음악인에게도 술술 익히는 좋은 책으로 우리에게 음악에 대한 정서적 유대감을 준다고 감히 단언한다.
강호제현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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