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범 시인(사진)의 두 번째 시집 '마음 가장자리가 시퍼렇다'(퍼플)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가장 큰 꼭지를 디카시로 잡고 있다. 디카시와 더불어 사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꼭지와 일반 시로 구성되어 있다.
이유 없이 읽는 것이 싫다
한술 더 떠, 쓰기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마냥 퍼질러 있을 수도 없다
그럴싸하게 쌓여 있다
알 수 없는 무수한 문장들이 있다
가위로 잘라 열어 본 우편물엔
먼지만 가득 세월의 통장을 채워주고 있다
게으르고 답답한 바보 같은 삶이다
그 게으른 삶이 담담하게 피어오르던 날이다
한 줄 한 장을 넘기기 어려운 석 달
구십 일 정직하게 얇은 시집에 머리가 아프다
끄적 끄적이던 얄밉지 않은 그런 마음에
나태함과 게으름이 둠벙을 만들다 보면
박여범 시인 -둠벙을 만들면-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디카)와 시(詩)의 줄임말이다.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사진)과 문자를 함께 표현한 시다. 특징으로는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사진과 함께 실시간으로 공유해 순간의 시적 감흥을 담는 것이다. 시적 형상을 순간 포착하고 그 느낌이 날아가기 전에 문자로 표현하여 SNS로 실시간 소통한다는 점에서, 영상과 함께 표현되는 문자는 짧게 5행 이내로 언술 된다.
아픔만 주었다
생각할수록
마음 가장자리가 시퍼렇다
박여범 시인 -배추벌레의 마음-
디카시는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언어 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디카시는 2016년 국립국어원에 문학 용어로 등재되었고, 2018년에는 중.고교 국어 교과서에 디카시 작품이 실린 바 있다.
박여범 시인은 충북 옥천 청산 출생으로, 하여(何如), 슴슴한 디카시에 미치다 운영자, 디카시 마니아 회원, 시산맥 특별회원,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전북 남원의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용북중학교 교감이다.
/김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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