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덴산부인과

김재연 원장



부부의 마음

 부부는 서로가 마음을 잘 헤아려 주어야 한다. 아내들은 한마디를 백 마디로 늘려서 말하고 남편들은 백 마디를 한마디로 줄여서 말한다. 남편들이 아내보다 성대의 길이가 3배정도 더 길기 때문에 말을 할 때 필요한 공기의 양과 에너지가 아내들보다 3배나 더 필요하다. 아내는 남편이 많은 말을 하려면 자신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집에 돌아오면 일단 쉬고 싶어 하는 남편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어야 한다.

아내는 자신에 문제가 생기면 남편과 함께 해결하려는 특성이 있어 질문하는 것 자체를 친밀감의 표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남편은 서로의 문제는 각자 알아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함께 해결하려는 아내의 모습을 못 마땅하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유, 귀찮으니까 다음에 얘기해! 그런 사소한 것까지 나한테 시시콜콜 얘기 해야만 하겠어?" 라고 말한다면 아내에게 상처를 준다.

아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건 이렇게 해야 하고, 저건 저렇게 해야지!"하고 실제적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그건 당신이 잘못했네!" 하고 논리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아내가 정작 필요로 하는 것은 남편의 충고나 해결책이 아니라 공감을 얻기 위해서 이야기 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아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려 주면서 '공감' 만 해주면 아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 90%는 저절로 해결 된다.

부부는 항상 서로 마주보는 거울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상대방의 얼굴이 나의 또 다른 얼굴이 된다. 내가 웃고 있으면 상대방도 웃고 내가 찡그리면 상대방도 찡그리게 마련이다. 부부는 평행선과 같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평생 같이 갈 수 있는 이유라고 한다. 조금만 각도가 좁혀져도 그것이 엇갈리어 결국은 빗나가게 되고, 조금만 각도가 멀어져도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더 그 거리가 멀어 지게 된다.

부부의 도를 지키고 평생을 반려자로 여기며 살아가야 하는 부부는 무촌이라고 부른다. 너무 가까워 촌수로 헤아릴 수 없다. 부부는 한 몸이 다가도 등 돌리면 남이 되기 때문에 촌수가 없는 단 한 사람이다. 이 세상에 딱 한 사람 둘도 아니고 딱 한 사람 가장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다. 부부는 반쪽과 반쪽의 만남이다. 한 쪽과 한 쪽의 만남인 둘이 아니라 반쪽과 반쪽의 만나 하나가 되지만 외눈박이 물고기와 같이 항상 같이 있어야 양 쪽을 다 볼 수 있다. 마음에 들었다 안 들었다 하는 사이가 부부사이는 반드시 어찌 다 마음에 들 수는 없다. 그래도 서로의 마음에 들도록 애써야 하는 이유이다.

부부는 한쪽 발을 자식에게 묶고 같이 걷는 사이라고 한다. 같이 하나 둘, 하나 둘하며 같이 호흡을 맞추어 걷지 않으면 넘어지고 자빠지고 만다. 그래서 부부는 발자국을 같이 찍어가는 흔적을 함께 남겨야 자식이라는 흔적을 이 세상에 사랑스런 흔적으로 남기고 간다.

부부는 닮아간다. 같이 늘 바라보니 닮아간다. 아무리 닮아가더라도 결국 부부는 아쉬워한다. 이 세상 떠날 때 혼자 남을 반쪽을 보며 아쉬워한다. 같이 가지 못해 아쉬워하는 것은 요단강 같이 건너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