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한 지 20일 만에 정부의 대책이 발표됐지만, 군산 시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점검조정 회의를 열고 '군산 조선소 가동 중단에 따른 지역지원 대책'을 확정했다.

  하지만 조선소 재가동과 직접 연관된 것이 아닌 지역숙원사업 지원, 실직자들 취업대책, 조선업체 각종 금융·정책 자금 등에 그쳐 조선업 근로자와 협력업체들이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다른 어떤 대책이나 대인보다 조선소 재가동을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군산조선소가 지난 1일 선박 수주 절벽에 따른 일감 부족을 이유로 가동을 중단한 뒤 나흘 뒤 정유운반선(11만4000t급)을 끝으로 도크(선박을 건조·수리하기 위한 시설)를 모두 비웠다.

  지역민들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면서 새 정부의 대선공약인 '군산조선소 정상화'를 이행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청와대 앞에서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한 1인 피켓 릴레이 시위도 자발적으로 이어왔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지 않았다. 정부가 기업 활동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지적과 함께 한해 6~7척의 초대형 선박을 배정해야하는 현대중공업 측이 부정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군산시는 이에 굴하지 않고 도민과 사회단체, 정치권 등과 결집해 조선소의 재가동을 위한 노력을 다해왔다.

  문동신 군산시장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끈기를 발휘해 군산조선소를 지키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또 선박 펀드를 이용한 신조 물량 배정,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초대형 유조선(VLCC) 10척 일부의 군산조선소 대체 투입 등을 요청해 왔다.

  군산조선소는 세계 최대 규모인 130만t급 도크와 1650t급 골리앗 크레인 등을 갖춘 초대형 조선소로 지난 2010년 3월31일 준공식을 하고 선박 건조에 돌입했다.

  1조 2000억원이 투입된 이 조선소는 연간 18만t급 28척의 건조능력을 갖추고 성장을 거듭하면서 지역경제의 큰 축을 담당해 왔다.

  본격적인 철수를 시작되면서 군산조선소 86개 사내외 협력업체 가운데 대부분 업체가 폐업하거나 폐업 위기에 처했고 근로자는 5250명은 대부분 실직해 끼니를 걱정할 상황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역 경제의 충격을 완화하면서 지역주민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심해왔다"며 "군산은 물론이고 전라북도 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광범위한 대책을 마련했다"고 했지만 지역 민심은 들끓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7년전 부푼 꿈을 안고 울산에서 군산으로 회사를 옮기고 투자를 했는데 조선소가 문을 닫는 바람에 빚쟁이로 전락, 오갈 데가 없다"는 하소연을 했다.

/군산=장 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