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에게 명목회사 등 사업시행자의 빚더미도 모자라 세금까지 부과했던 '연좌제'식 세금규제가 드디어 풀린다.
시행자의 도산으로 공사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대출보증 손실에 세금까지 떠안아야 했던 업계의 3중고가 해소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일 최근 개정한 세법 시행령의 위임 사항 및 제도개선을 위한 15개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6일부터 14일까지 입법예고 및 부처협의에 나서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오는 24일 공포,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건설회사의 특수관계자에 대한 채무보증 구상채권 관련 대손금을 손금산입이 가능해진다.
손금산입이란 기업회계에서는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지만 세법상 세무회계에서는 비용으로 인정해 주는 것으로, 손금산입이 되는 만큼 과세표준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해당 기업은 법인세를 줄일 수 있다.
여기서 특수관계자로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른 사업시행자를 비롯, 건설사가 건설사업 또는 미분양주택의 유동화와 관련해 설립한 명목회사(PFV 등)로 규정했다.

국유재산법 또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무상사용 허가 조건으로 기부채납하는 행정자산의 운영사업시행자도 포함됐다.

따라서 개정규칙이 시행되면 건설사가 대출보증을 제공했더라도 시행사가 부도 및 도산했을 때 발생하는 세금에 관해서 만큼은 부담의무를 덜어낼 수 있게 된다.
또 그로 인한 손실을 대손금으로 처리할 할 수 있게 돼 '억울한' 법인세 손실도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건설사는 시행사를 통한 개발.분양 등 PF사업 및 특수목적회사를 통한 민자사업을 추진할 때 대출 등 각종 자금조달에 대한 보증을 서야만 했다.

이는 관례나 다름없었고 당장 획기적으로 개선되긴 어려운 문제기도 했다.
대다수 시행사는 영세 업체인데다 신용도가 떨어져 은행 등 금융기관은 건설사의 연대 보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제도개선으로, 적어도 시행사 도산 등 사업추진에 문제가 생겼을때 건설사가 부담해야할 손실은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공사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 보증에 따른 빚까지 대신 갚고, 관련 세금까지 떠안아야 했던 이중, 삼중의 피해는 막을 길이 생긴 것이다.
건설업계도 비롯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반색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속된 경기침체로 건설사마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시행사 대출보증을 섰다가 큰 손실을 봤는데, 이제라도 규제가 풀려 다행"이라며 "각종 개발 및 투자사업 추진을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최근 2년 부동산경기 호황이 도래하기 전에만 이런 규제가 풀렸다면 더 많은 시너지효과가 있었을텐데, 시장침체가 우려되는 시점에 제도개선이 이뤄진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안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