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맞아 가까운 지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모란그림을 선물했어요. 그런데 누군가 제가 준 모란그림 덕분에 사업이 번창했다며 고마워하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그걸 소품으로 사용한다며 주문을 하더라고요. 아마도 그때부터 모란을 제 작품 활동의 소재로 삼은 것 같아요.”

유기준 작가는 오는 17일까지 전북예술회관 특별전시관 둔벙에서 ‘묘금도부귀도’전을 갖는다.
작가는 누군가에게 쓰임을 다한 나무 ‘쇠죽갈고리·미장용 흙손·채칼·함지·망치·상이나 의자상판’에 모란 꽃송이들을 그려 넣어 화사한 생명력을 피워낸다.
모란은 부귀 외에 장수·공명, 평화를 뜻한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꽃 중의 제일이라고 하여 ‘꽃의 왕 또는 꽃의 신’으로 , 또 부귀를 뜻하는 식물로서 부귀화라고도 불리운다. 그러나 유기준의 모란은 이런 일반적인 의미와 달리, 모란의 형상은 있되 실제가 없다. 이는 실제 없는 꽃(모란)에 실제 없는 바람(생각)이 불어, 그것이 마음에 집적되어 형상을 이루고 재조정되어 보는 사람에게 사고의 변환을 요구하게 한다.
작가의 이러한 표현방법은 모란을 통해 부귀를 또는 돈을 많이 벌라는 의미 외에도 주변의 사소하고 값어치가 없는 것들을 보고도 부귀를 누릴 수 있다는 나름의 깨달음이 담겨져 있다.
유기준은 예원예술대학교 조형미술학(한국화 전공)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7차례의 풍경과 인물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는 예원예술대학교 객원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