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립국악원 개원 30주년 기념, 창작창극 <이성계, 해를 쏘다> 공연

‘시골무사가 해를 쏜다. 온 세상아 칭송하라. 새 나라를 세웠네. 아침 해가 떠오른다.’
부패한 권력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던 이성계의 변혁이야기가 창작창극으로 부활한다.
전라북도립국악원은 개원 30주년을 기념해 창극단 대표공연으로 <이성계, 해를 쏘다>를
무대에 올린다.
이번 작품의 주제를 이성계로 택한 배경에는 그의 일대기 및 역사적 소재가 도내지역(전주 경기전·오목대, 남원)에 상존하고 있어 전북의 정서와 특징을 담아낼 수 있음은 물론 조선시대의 역사성을 그려낼 수 있어 작품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도립국악원 측의 설명이다.
작품은 고려 말 혼돈기에 권신척족들의 횡포, 무능한 왕의 실정과 외적의 침입으로 신음하던 백성들을 위기에서 건져내고 역성혁명으로 새로운 왕조를 개창한 이성계의 영웅적 생애와, 혁명의 긴 과정을 거치면서 이성계가 겪어야 했던 인간적 고뇌와 회한에 초첨을 둔 창작창극으로 전3막 12장으로 구성됐다.
작품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기존의 작품들이 통상적으로 이성계의 영웅적인 면을 부각시킨 반면 <이성계, 해를 쏘다>는 인간 이성계의 고뇌에 찬 모습에 비중을 두었다는 점이다.
이성계는 새 왕조를 창업한 군주였으나 자식들 간의 불화로 인해 말년을 고뇌와 고통의 나날로 보냈다. 그의 일생은 전쟁터의 피바람과 권신척족들 틈새에서 벌인 필사의 암투로 점철되어 있다. 생의 마지막까지 동지와 적을 가리지 않고 벌어진 음모와 배신, 골육상쟁의 소용돌이를 그는 피해 갈 수 없었다. 작품은 인간이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오르더라도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의 울타리를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성계의 인간적인 면모를 표현해 낸다.
창극의 대본·각색은 곽병창 우석대 교수가, 각색·연출은 김홍승 국립극장 자문위원이, 작창은 조통달 창극단장이, 작곡·편곡 및 지휘는 이용탁 국립국악관현악단 부지휘자가, 안무는 김수현 무용단장이 맡았다. 무대에는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관현악단·무용단, 객원 등 총 140여명이 출연해 장대한 극을 이끌어 갈 예정이다.
곽병창 작가는 “끔찍한 말년을 통해 상투적 찬사보다 인간적 측면의 이성계를 볼 수 있다.”며 “인간의 나약함과 존재 자체의 쓰라림을 눈여겨볼 수 있으며 애잔하고 씁쓸한 면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홍승 연출가는 “이번 작품은 전북도민들의 정서에 다가설 요량이다. 작품에 사상이나 의미가 부여될수록 재미는 반감되기 때문이다. 특히 인물의 이름을 내건 작품일수록 그러하여극 제목에 해를 쏘다를 삽입했다”고 말했다.
작품은 15일 오후 7시와 16일 오후 3시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만날 수 있으며 도민들의 문화향유를 위해 무료로 공연된다. 문의 290-5531.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