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불법체류자를 위한 정부의 ‘통보의무 면제’ 지침과 ‘외국인 의료서비스 지원 사업’등이 홍보부족으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정책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더라도 불법체류 사실이 출입국 관련 부서에 통보하지 않도록 한 방침이다.

비가 쏟아지던 지난 16일 밤 10시 10분께 군산시 나운동 도로변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오토바이와 보행자 간 사고로 피해자 A(남)씨는 사고 직후 몇 분동안 의식이 없었고 출혈을 동반한 큰 부상을 당했다.

119구급대에 신고 후 초조하게 구급대를 기다리던 중 의식이 돌아온 A씨는 뜻밖의 말을 했다.

A씨는 “병원에 가면 안된다, 경찰을 부르면 안된다”는 말을 반복하며 한사코 병원에 가기를 꺼려했다.

이유를 물어보자 “나는 외국인 노동자이고 불법체류중이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시민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휘청이는 몸을 이끌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A씨는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으로 강제출국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큰 부상을 당하고도 병원에 갈 수 없었던 것.

이와 같이 국내에 거주중인 불법체류자들은 교통사고 또는 범죄 피해를 입더라도 강제추방을 우려해 신고를 기피 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피해에 노출 되고 있다. 

이처럼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출입국관리법시행령 제92조의2「통보의무의 면제」지침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2013년 3월 1일부터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주요범죄 피해자가 불법체류자임을 알았다 하더라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불법체류자임을 통보하지 않아도 된다.

「통보의무 면제」조항에는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신상정보를 알게 된 경우 ▲공무원이 피해자 구조, 인권침해 구제 등 법무부 장관이 정하는 업무수행 중 외국인 피해 구제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불법체류자 포함)의 의료서비스를 무료로 지원하기 위한 사업으로 지난 2005년 도입한 ‘외국인 근로자등 소외계층 의료서비스 지원 사업’이 있다.

사업 내용은 1회당 500만원 까지 횟수 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의료비의 목적에 관계없이 지원 한다. 

하지만 좋은 제도가 시행중임에도 홍보 부족으로 인해 이를 알지 못하는 불법체류자들은 병원에 가는 것을 두려하고 있어 관련기관의 관심과 교육?홍보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범죄 또는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불법체류자가 있다면 '통보의무 면제'지침을 알려주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해 줘야 한다.

 /군산=문정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