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굴릴 곳이 없어 고민하는 서민들의 심리를 파고들어 투자금과 개인 정보를 빼내는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비상장사인 H사를 기술력 있는 기업으로 속여 투자를 추천하고, 주식 거래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며 투자금과 개인 정보를 빼돌린 금융사기를 적발했다고 31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경상남도 등에 거주하는 피해자들은 지인에게서 세계 최초의 자동충전 기술이 있는 H사 주식에 투자하라는 추천을 받아 1억원 이상의 자금을 내놓고 주식 교환증을 받았다.

피해자들은 비상장사인 H사가 "1년 이내에 기업공개(IPO)를 하게 되면 100배 이상의 수익을 볼 수 있을 것",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10~30%의 유치 수수료를 추가로 주겠다"는 등의 설득에 직접 투자를 하고 지인 수십 명도 끌어들이기도 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 H사가 보유하고 있다는 자동충전 기술은 검증되지 않았고, 기업 공개를 위해 대표 주관사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었다.

또 상장 이후 주식 거래에 필요한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면서 1300여 건에 달하는 증권카드, 주민등록증 사본, 계좌비밀번호 등 개인 정보를 받아 챙긴 정황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실현 가능성이 적은 기술을 놓고 신성장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원금을 보장하고 수익을 약정하는 방식의 유사수신 행위에 해당한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유사수신 행위는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되지 않은 사업자나 사람이 불특정 다수에게 장래의 수익을 약속하고 자금을 모집하는 경우를 말한다.

유사수신행위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와 3조 등은 인허가를 받지 않고서는 투자한 돈에 원금을 보장해준다거나,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약정하면서 자금을 모집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식 거래 등을 목적으로 개설된 계좌의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경우 대포 통장으로 활용되는 등 추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를 권유받을 경우 반드시 공시 사실을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안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