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시장의 주도권을 가름하는 황금주파수를 놓고 통신서비스업체들이 피를 말리는 경쟁을 펼친다. 

올해 경매에서는 동시오름입찰 50라운드와 밀봉입찰을 혼합한 방식으로 경매가 진행된다. 통신서비스업체들이 무려 50회에 걸쳐 가격을 제시한 후 최종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승리를 거둘 수 있다. 50회까지 매번 참여 업체들이 제시한 가격을 공개한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통신서비스업체는 원하는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 51차례나 경매에 참여해야 한다.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경매 레이스'가 펼쳐지는 셈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4일 오후 3시 중구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장에서 '2016년 이동통신 주파수경매계획(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미래부는 이번 공개 토론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바탕으로 주파수할당 방안을 이달 중 최종 확정한다. 주파수할당 방안이 정해지면 다음달부터 경매가 시작된다. 통신3사의 수조원대 주파수 확보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허원석 미래부 과장이 '2016년 이동통신 주파수경매 계획(안)'을, 김득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그룹장이 '가격경쟁 주파수할당의 방법 및 절차'를 공개했다. 

주파수가 늘어나면 무선통신 속도와 품질이 개선되고, 통신 트래픽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통신서비스업체들은 신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주파수 경매 대역은 700㎒(40㎒폭), 1.8㎓(20㎒폭), 2.1㎓(20㎒폭), 2.6㎓(40㎒폭 및 20㎒폭)이다.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파수 대역은 2.1㎓대역 20㎒폭이다.

2.1㎓대역 20㎒폭은 LG유플러스, SK텔레콤, KT가 점유한 주파수 대역과 맞닿아 이 대역을 어느 통신사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경쟁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SK텔레콤은 2.1㎓대역 가운데 60㎒를 사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40㎒는 계속 사용하기로 했지만 나머지 20㎒는 기간 만료 등의 이유로 매물로 내놓게 됐다. SK텔레콤은 기존 주파수를 지키려고 하지만 2.1㎓대역을 확장하려는 LG유플러스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2.6㎓도 황금주파수로 꼽힌다. 2.6㎓은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대역이라 글로벌 LTE를 비롯한 로밍 서비스에 유리하다. 700㎒은 전파 도달 거리가 길고 회절에 따른 손실이 적은 이점이 있다. 상당한 시설 투자를 벌여야하지만 신사업에 매력적인 주파수다.

1.8㎓은 광대역화 주파수로 쓰기 쉽지 않고, 이통3사가 이미 각자 영역을 확보하고 있어 다른 주파수에 비해 상품성이 떨어진다. 

◇ 경쟁 치열할 경우 51번째 경매에서 승자 결정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주파수 할당 방법이다.

미래부는 전파법 제11조(대가에 의한 주파수할당)에 따라 '가격경쟁에 의한 주파수할당(경매)' 방법을 적용할 예정이다.

미래부는 혼합 경매 방식(동시오름입찰 50라운드+밀봉입찰)을 소개했다. 특정 주파수 대역에 대해 무려 50차례나 입찰가를 제시하게 만든 후 마지막 베팅을 통해 승자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50차례나 입찰가를 제시할 때마다 경쟁업체들이 얼마를 제시했는지를 이튿날 공개한다. 예를 들어 30회에서 더 이상 높은 가격을 써내는 업체가 없으면 그걸로 승부가 끝난다. 

특정 통신서비스업체가 주파수 대역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 장치도 도입됐다. 700㎒와 2.6㎓ 등 광대역(40㎒폭) 2개, 인접대역과 광대역화가 가능한 2.1㎓ 대역(20㎒)은 사업자별로 1개 이상 할당 받을 수 없도록 제한된다. 

최대 60㎒폭까지 할당하는 낙찰총량 제한 조치도 도입된다. 특정 사업자로의 쏠림 현상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개별 통신서비스업체는 신규 광대역 1개(40㎒폭)와 협대역 1개(20㎒폭) 또는 2.1㎓ 광대역 1개(20㎒폭)와 협대역 2개(각 20㎒폭)까지 확보할 수 있다.

최저 경쟁 가격은 ▲700㎒ 대역(A블록, 40㎒폭 10년 기준) 7620억원 ▲1.8㎓ 대역(B블록, 20㎒폭 10년 기준) 4513억원 ▲2.1㎓ 대역(C블록, 20㎒폭 5년 기준) 3816억원 ▲2.6㎓ 대역(D블록, 40㎒폭 10년 기준) 6553억원 ▲2.6㎓ 대역(E블록, 20㎒폭 10년 기준) 3277억원 등이다. 할당 대가는 주파수 이용기간에 따라 산정된다. 

주파수 이용 기간은 ▲700㎒·1.8㎓·2.6㎓ 대역은 주파수할당일로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 ▲2.1㎓대역은 주파수할당일로부터 2021년 12월 5일까지다.

한편 2.1㎓대역 재할당 대가 단위가격은 전파법 시행령에 따른 할당대가의 단위가격과 올해 2.1㎓대역 낙찰가 단위가격을 평균하여 산정하기로 했다.

이 항목은 SK텔레콤에 적용되는 부분이다. SK텔레콤은 2.1㎓대역 가운데 60㎒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40㎒은 연장 계약 성격으로 SK텔레콤 재할당으로 이뤄지며 나머지 20㎒는 입찰에 부쳐진다. SK텔레콤은 주파수 가치를 이유로 재할당 방식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번 공개 토론회에 나온 내용은 확정안이 아니며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주파수할당 방안을 최종 결정한 후 이달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특정 사업자에 유리한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며 "경매가격을 일부러 높게 띄운 후 낙찰에서는 빠지는 편법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공정한 진행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