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학자들에 의해 제기돼 실체적 존재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었던 동학농민혁명 백산대회의 사실관계가 입증됐다.

그동안 명확치 않았던 백산대회의 날짜 역시 1894년 3월26일(음력)부터 29일까지 이어진 것으로 규명됐다.

18일 전북 부안군 백산면사무소에서는 '동학농민혁명 백산대회 재조명 학술연구용역 최종보고회'가 열렸다.

이 용역은 역사학계 일부에서 혁명의 과정 중에 있었던 백산대회의 실체를 부정하며 기념일 제정 후보에서도 제외하는 등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백산대회의 혁명적,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지난해 부안군이 발주했던 사업이다.

용역은 ㈔한국역사문화원이 맡아 수행했고 동학농민혁명 백산대회에 대한 위상과 실체의 검증, 역사적·지리적 실태, 자료의 조사·수집 결과, 향후 활용방안 등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

먼저 주 보고자로 나선 성주현 문화원장(청암대 교수)은 부안과 관련한 혁명자료인 '석남역사'와 '홍제일기', 과거 조선일보의 보도내용에 관해 설명했다.

특히 이중 '홍제일기'는 일자가 불분명하다는 등의 이유로 최근 10여년 간의 학계의 주요 논제에서 제외됐던 백산대회에 대해 일자는 물론 혁명의 초기 전개와 백산대회를 전후해 발생했던 정황, 백산대회의 진행 과정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는 자료로 소개됐다.

내용 중에서는 "23일 날씨는 어제와 같다. 동학교도 4000여명이 남으로부터 다시 고부 백산에서 모인다고 한다"는 내용이 수록돼 있어 혁명의 과정에서 백산이 주집결지 또는 주무대였음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27일 …, 동학군이 어제 백산으로 진을 옮겼는데 오늘 우리 고을에 들어온다고 한다"는 내용도 있어 그간 논란이었던 백산대회의 실체를 확인해 주고 있다.

성 원장은 또한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을 제정하기 위해 열렸던 지난 2004년 토론회에서 당시 학자들 간의 대화 내용을 일일이 설명하며 어떻게 백산대회의 위상이 격하되고 기념일 후보에서 제외됐는지 상세히 알렸다.

이어 동국대 조성운 교수가 두 번째 보고자로 나서 '홍제일기'를 기반으로 한 백산대회의 역사적 의의를 재정립했다.

조 교수는 "홍제일기의 발굴·조사로 그간 학계의 백산대회에 대한 존재 여부 논란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고회는 끝으로 국사편찬위원회 박대길 지역사료조사위원으로부터 부안만의 동학농민혁명 선양사업에 대한 방안이 제시됐다.

기념사업 단체 명칭의 적절성, 추진 주체의 조직화, 군의 지원책 유도방안, 전국 규모의 기념행사 추진, 지속적인 학술연구와 학술대회 개최, 백산대회를 기반으로 한 혁명기념관 조성, 관련 유적지 지정·정비 등에 대한 방안도 나왔다.

특히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 후보군에 백산대회일(음력 3월26일)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됐다.

/안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