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와 사진을 거닐며 어떤 장르에도 구애받지 않았던 이상조 작가가 이번에는 사진을 들고 나왔다. 

이상조 작가의 개인전 '명(明)'이 12월 31일까지 서학동사진관에서 개최된다. 

이상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전라도를 돌아다니며 발을 머문 해남 대흥사, 고창 선운사, 김제 금산사, 완주 송광사에서 찍은 사진 작품 17점을 선보인다.

이번 개인전의 주제인 '명(明)'은 문밖을 나서지 않아도 세상을 안다는 노자 도덕경 47장 불출호지천하(不出戶知天下)에서 따온 단어다. 천하를 안다는 '지(知)'가 바로 '명(明)'으로 일맥상통하기 때문. 

이에 이 작가는 '내가 나를 밝혀 무욕하게 함에 명(明)이다'는 의미를 가지고 이번 개인전의 주제를 '명(明)'이라 칭했다.

어느 사찰이건 사찰 곳곳에는 법당이나 석탑 같은 건축물과 조형물들이 불교의 정신세계와 세계관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종교적 염원을 드러내기 위한 표상으로 그 외관은 다양한 장식문양으로 꾸며져 있다. 

이상조 작가는 "부도 또한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불가승려의 묘탑인 부도는 단순히 겉을 치장하는데 머물지 않고 삶과 죽음을 기하학적으로 상징한 돌로 만든 조형물이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불국의 이상세계를 엄숙하게 구현하는 부도가 정진하며 수양하는 스님들과 다르지 않다고 이상조 작가는 생각했다.

이상조 작가는 "부도전에 도열해 있는 하나하나의 부도들에서 산사 한적한 곳에 자리 틀고 용맹정진하는 수행자들의 모습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상조 작가는 사찰을 방문해 부도를 만나면 불가의 무상의 논리로 설명되는 삶과 죽음의 순환에 관한 상념에 빠진다고 한다. 

이상조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그 상념에 관한 미적탐구다'고 표현할 정도로 '삶과 죽음'을 강조하며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탄생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서학동사진관 김지연 관장은 "이상조의 사진에는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어선 실체(부도)가 보인다"며 "그 부도는 과거 옛 선사의 존망과 불심의 표상을 넘어선 '밝음(明)'의 명제가 있다"고 평했다.

이번 개인전으로 22번째의 개인전을 갖게된 이상조 작가는 홍익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서양학가로 오리진 회화협회전, 에꼴드 서울전, 85청년작가전, 아시아 현대미술전 등 총370여차례의 활발한 전시활동을 가졌다.

현재는 전북대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고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