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직선제 폐지를 반대하며 부산대 고모 교수가 투신해 숨진 것과 관련, 전북작가회의가 19일 성명을 발표했다.

전북작가회의는 지난 17일 투신자살한 부산대 국문과 고모 교수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배움과 가르침은 강의실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도 가르침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전북작가회의는 '아파도 지금은 슬퍼하지 않겠다'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엔 체념이나 무관심 혹은 냉소가 번져나가기 시작했다"고 비판하며 "고모 교수는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타성에 빠진 우리 시대에 경종을 울렸다"고 지적했다.

또한 "직선제가 갖는 의의는 부산대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며 부산대 구성원들만의 싸움이어서도 안된다"고 강조하며 "그동안의 역사에서 피와 땀으로 직선제를 쟁취했다는 것을 잊고 살던 우리들에게 '직선제'가 갖는 역사적 함의를 일깨워준 고인에게 죄스러움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가 고모 교수의 죽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조금으로 흥정하며 직선제 폐지를 관철시키려고 하고 있다"며 "누군가가 고인의 의로운 순절을 개인의 충동적 일탈로 폄훼해 고인의 죽음이 갖는 뜻이 잊혀지지 않을까 두렵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지금 전북작가회의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고인의 유지를 존중하는 것이다"며 "전북작가회의는 고인의 유지가 현실로 관철될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부산의 모든 동료들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한편 시인과 평론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부산대 고모 교수는 17일 오후 3시께 부산대 본관 건물 4층에 있는 국기게양대에서 투신했다. 현장에서는 총장 직선제 이행을 촉구하는 A4 용지 2장짜리 유서가 발견됐다.

고모 교수는 유서에서 "총장이 약속을 여러 번 번복하더니 총장 직선제 포기를 선언하고 교육부 방침대로 간선제 수순에 들어갔다"며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학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면 총장 직선제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이를 위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고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