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1950년으로 거슬러간다. 지금은 관광명소로 자리한 전주 한옥마을에는 최승범 선생이 스승 가람 이병기 선생의 심부름으로 막걸리를 받으러 다녔던 오일주조장(현 공예품전시관 부근)이 있었다고 한다. 그 오일주조장에는 많은 마을 사람들이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또는 친구들과 한잔 하기위해 막걸리를 받으러 다녔던 곳이지만 지금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마치 전래동화책 속 이야기 같다. 이것은 누군가 듣고 기록하지 않으면 시간이 흐른 뒤에는 아예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 이야기들이다.

이러한 옛 기억들을 되살리는 ‘전통문화도시 조사?기록화 사업’이 올해에는 특별히 심층적으로 진행된다.

전주문화재단은 전주한옥마을의 잊혀져가고 있는 다양한 문화자원과 이야기를 찾아 조사?기록해 매력적인 문화콘텐츠 원천소스를 발굴하고자 2013년 이 사업을 시작했다.

2013년 4월부터 현재까지 전주한옥마을의 사람, 공간, 기억, 공동체, 예술인 등 5개 분야에 걸쳐 약 120여개의 이야기가 발굴됐으며 특히 한옥마을 거주 주민?예술가들의 삶과 변화된 일상, 잊혀져가고 사라진 기억?공간 등이 발굴됐다.

올해에는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이야기들을 중점적으로 진행한다. 현재 발굴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이 집의 발자취’ ‘전주한옥마을 사람들’ ‘전주한옥마을 공동체’ ‘전주한옥마을과 교육’ ‘전주한옥마을과 축제’ ‘전주한옥마을과 종교’ 등 9개 주제이다.

더불어 올해 실시되는 조사의 조사기록화사업 결과물(텍스트, 사진, 녹음, 설문지 등)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후 공유 서비스되며 지난 2년간의 기록은 ‘전통문화도시 전주, 2년의 기록’이라는 책으로 지난해 12월에 발간돼 전주문화재단 측에서 1만 2,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조사 책임연구원 진명숙 박사(전북대 문화인류학)는 “전주한옥마을의 역사의 일부분을 살아온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최근 상전벽해와 같이 급변하는 전주 한옥마을을 조사?기록하는 작업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이번에는 양적인 조사보다는 좀 더 심층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주문화재단 임환 이사장 직무대행은 “전통문화도시 조사?기록화 사업은 단순히 전주한옥마을의 오늘을 기록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며 “이러한 기록들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사용되고 나아가 더 나은 전주를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