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항공기 땅콩회항으로 인한 범국민적 원성이 극에 달하고 대한민국 안팎이 오너 쇼크로 한동안 떠들썩했다. 그야말로 기업 오너가 세간에 회자되어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항공사 오너의 부적절한 언행은 온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고 재벌에 대한 비난으로 번지게 됐다.

 과거 1973년과 1978년에 두 차례 일어났던 석유 파동을 ‘오일 쇼크’라고 일컬어지곤 했는데, 이번 오너의 행태는 ‘오너 쇼크’로서 우리 국민들을 인상 찌푸리게 하고 말았다. 예전에 오일 쇼크가 기름 값으로 온 나라 경제를 휘청거리게 했다면, 이른바 오너 쇼크는 한 사람의 명령이 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온 국민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한편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 분위기가 ‘갑 중의 갑’이나 ‘을 중의 을’과 같은 잘못된 인식을 점차 바꿔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과연 이 시대 우리 사회에서는 을에게 갑질하는 갑돌이와 갑순이들이 정신 차리고, 평범한 국민들은 쓸데없는 눈치 보지 않고 사람답게 대접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곧 우리 사회가 한 쪽으로만 치우친 재벌구조에서 탈피하고, 소유나 주인을 뜻하는 단순한 오너(owner)에서 경의와 존경을 뜻하는 오너(honor)로 거듭나기까지 사회지도층의 분골쇄신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 사태가 오너 또는 재벌들만의 문제로 치부해도 될 것인가. 때때로 백화점에서는 VIP고객과 직원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편의점에서는 점주와 근로자의 갈등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지금 정부는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이나 창조 경제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서민의 삶까지 파고든 갑을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평등한 사회 실현을 시대정신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지난 2013년에는 민주당이 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을지로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민주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되었고, 지방선거를 치루면서 정치권은 갑을 관계를 바로 잡기 위한 논쟁에서 멀어진 듯 보인다.

 하지만 이번 오너 쇼크로 정치권에서도 다시금 갑을 논쟁이 달궈지길 기대해본다. 우리 사회가 오너 쇼크로 비난에만 몰입 하기 보다는 한층 더 성숙되고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단지 재벌과 총수 일가에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댈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각자가 상대방을 딛고서 스스로 갑이 되려고 하지 않았는지 성찰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하겠다.

 김영호/지방부 군산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