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을 떠나는 순간이 아쉽기보다는, 제 삶에 참으로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20여 년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는 강영석 전북특별자치도 특별자치교육협력국장의 말은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울림이 담겨 있었다.
보건과 복지, 교육 행정의 현장을 두루 거치며 도민의 삶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해온 한 공직자의 진심 어린 고백이었다.
1970년 전북 김제 성덕면 출신인 강 국장은 김제 중앙초교와 중앙중학교를 거쳐 전주고등학교와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2004년 9월 김제시 보건소 관리 의사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진료실에만 머물지 않았다. 예방접종 문진, 방문 보건, 재가 환자 건강관리까지 주민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사람을 만났다. 그는 “행정 이전에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였다”고 회상한다. 이 시기는 그가 평생 지켜온 공직 철학의 뿌리가 됐다.
2016년 전북도청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역학조사관으로 감염병 대응의 최전선에 섰고, 이듬해 보건의료과장으로 승진해 전북 공공보건 행정을 이끌었다. 공직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던 순간은 단연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강 국장은 “코로나는 행정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게 한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행정이 왜 도민 곁에 있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가르쳐 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위기 속에서도 방역 지침에 협조하고 서로를 배려해 준 도민들의 모습이었다. 그는 “감염병은 누군가가 이기는 싸움이 아니라, 함께 버텨내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배웠다”고 말했다.
당시 헌신적인 대응으로 그는 ‘전북도의 정은경’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고, 이후 국장으로 승진했다. 이어 익산시 부시장으로 재임하며 기초자치단체 행정을 두루 경험한 것도 그의 행정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강 국장의 리더십은 소리 높이지 않고 상대를 배려하는 서번트 리더십 방식이라고 이구동성으로 함께 근무한 동료들은 이야기한다.
퇴임식에서 함께 근무했던 직원이 여러 퇴직 국·과장 틈에서 유일하게 직접 헌사를 낭독한 장면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후배들을 부하가 아닌 동료로 늘 생각해 왔다”며 “사람은 편안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가장 좋은 역량을 낸다”고 말했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도 신중하려 했던 그의 태도는 조직 안에서 신뢰로 남았다. 이러한 리더십은 2022년 전북도청 공무원노조가 선정한 ‘함께 일하고 싶은 간부 공무원’이라는 평가로도 이어졌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신설된 특별자치교육협력국 국장으로 부임한 그는 전북도와 교육청 간 협력 체계를 다지며 교육자치와 행정자치를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보건과 복지, 교육은 결국 사람의 삶으로 이어지며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며 “이 세 영역을 연결하는 행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제 공직 생활에서 가장 큰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제 공직을 내려놓는 그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김제시의 발전을 위해 자신이 20여 년 동안 배운 행정가로서 남은 역량을 발휘하고자 하는 또 다른 인생의 길을 준비하고 있다.
“의사로서의 진료를 통해 사람들을 치료하는 일도 의미 있지만, 공공의 영역에서 더 많은 사람의 삶을 바라보며 일해온 시간이 제게는 더 즐겁고 소중했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20여 년을 돌아보며 강 국장은 마지막으로 “이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다. 그래서 아쉬움보다는 감사가 더 크다.”고 말했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그의 퇴장은, ‘사람을 살피는 행정’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우리에게 묻고 있다.
앞으로 강 국장이 김제시의 발전에 어떠한 모습으로 기여하게 될지 많은 사람들은 강 국장의 행보에 기대와 함께 그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이만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