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군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재원을 마련하겠다며 아동수당, 농민수당, 청년종자통장 지원금 등을 대폭 삭감한 데 대해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농어촌기본소득 순창 군민운동본부(본부장 이선형)와 오은미 전북도의원(진보당·순창) 등 주민들은 4일 전북도의회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순창군의 예산 부족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3대 지원금 삭감은 주민 생계와 지역경제를 위협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순창군은 최근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지역으로 선정되면서 필요한 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 복지·지원 예산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은 농민수당 103억 원과 아동수당 22억 원, 청년종자통장 7억 원 등 총 132억 원 규모의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밝혀 주민 반발을 샀다.
군은 예산 여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단체는 “근거 없는 핑계”라고 반박했다.
운동본부는 순창군의 2024년 결산 자료를 근거로 군의 ‘예산 부족’ 주장은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2024년 순창군 세입예산은 약 5,109억 원이었고, 2025년에는 5,311억 원으로 3.95% 증가했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예상과 달리 1,480억 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했다. 또한 정부는 지방교부세율을 현행 19.24%에서 24.24%로 대폭 올리고, 지방소비세 배분 비율도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이들은 “순창군은 앞으로도 세입 여건이 분명히 개선될 전망인데, 예산을 이유로 주민 지원을 줄이겠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여유 재원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순창군의 지난해 순세계잉여금은 289억 원,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365억 원으로 두 재원을 합치면 군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예산만 654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754억 원 규모의 이월금까지 감안하면, 부족한 것은 예산이 아니라 재정 운용 의지라는 것이 단체의 주장이다. 운동본부는 “이 정도 여유 재원을 가지고도 주민 지원금을 먼저 줄이겠다는 발상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운동본부는 남해군과 영양군 사례도 제시했다. 두 지자체는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해 남는 예산인 순세계잉여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남해군은 약 200억 원 중 80억 원을, 영양군은 480억 원 중 37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순창군은 289억 원의 잉여금 가운데 단 5억 원만 시범사업 예산으로 편성해 “주민 지원금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순창군이 잉여금의 절반만 활용해도 지원금 삭감 없이 시범사업 재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또한 최영일 군수가 주민들과의 갈등 과정에서 지원금 삭감을 반대하는 농민들을 향해 “욕심이다, 혹세무민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농민들은 1년에 1천만 원도 안 되는 농업소득으로 버티고 있고, 청년과 학부모들은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농촌을 지켜내고 있다”며 “이들에게 지급되던 예산을 빼서 다른 사업에 쓰려는 것이 과연 옳은 판단인지 군수는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동수당과 농민수당은 결국 지역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돌아가는 돈”이라며 “삭감될 경우 지역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를 전했다.
운동본부는 최영일 군수에게 3대 지원금 삭감이 포함된 예산안 철회와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향후 예산 재원 마련 과정에 관련 단체와 주민이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기구 구성을 촉구했다. 이들은 “군수가 갈등 조정자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충분히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순창군은 전북도 14개 시군 중 맨 처음 이재명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으로 지정돼 2026년부터 전 군민에게 매월 15만 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할 계획이다. 시행에 필요한 예산은 국비 40%, 도비 30%, 군비 30% 비율로 편성된다. /이만호 기자·순창=이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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