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한우와 돼지고기가 싱가포르 시장에 공식 진출하며 국내 축산업이 동남아 수출 확대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11월 APEC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싱가포르가 축산물 수출에 합의한 지 한 달 만에 첫 선적이 이뤄진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제주항에서 제주산 한우·돼지고기 수출을 기념하는 선적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박정훈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 오영훈 제주도지사, 송성옥 광주식약청장 등 관계 기관을 비롯한 수출업체 및 생산자 단체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해 그간의 추진 성과를 공유하고 유공자 표창을 수여했다. 선적식 현장에서는 글로벌 시장 진출 의지를 담은 제막 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싱가포르로 향하는 초도 물량은 총 4.5톤, 약 2억8천만 원 규모로, 제주축협·서귀포시축협·제주양돈농협·대한에프엔비·몬트락 등 6개 도축·가공장에서 준비됐다. 특히 싱가포르는 세계적으로도 까다로운 위생·검역 기준을 적용하는 국가로, 이번 수출은 한국산 축산물의 안전성과 품질이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결과로 평가된다.
정부는 2016년부터 싱가포르 측과 장기간 협상을 이어왔다. 농식품부와 식약처, 제주도는 축산물 안전관리 체계의 동등성 인정과 검역기준 협의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해 왔고, 올해 5월 세계동물보건기구 총회에서 제주도가 구제역 청정지역 지위를 획득하면서 신뢰가 더욱 강화됐다. 11월 한-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위생·검역 조건이 최종 확정되며 수출 절차가 급물살을 탔다.
싱가포르 현지 실사 과정에서도 한국의 검역·위생 관리 체계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수출업체 명단을 현지 점검 없이 ‘목록 승인’하는 방식이 허용되며 국제적 신뢰도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식약처는 수출작업장별 맞춤형 컨설팅을 실시하고 제주도와 공동으로 현장 점검을 통해 수출 준비를 지원했다.
제주도는 2023년 오영훈 지사의 싱가포르 방문을 계기로 수출 전략을 본격화했다. 구제역 청정지역 인증 획득을 위해 전담팀을 구성해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했고, 그 결과 올해 5월 청정 인증을 확보했다.
싱가포르는 축산물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고소득 국가로, 육류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번 수출을 계기로 한국산 축산물의 동남아 시장 확대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박정훈 농식품부 실장은 “케이(K)-푸드와 함께 우리 축산물에 대한 현지 소비자 인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향후 추가 검역 협상과 신시장 개척에도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제주는 국내 최초로 싱가포르에 한우·돼지고기를 수출하는 지역이 됐다”며 “동남아 전역으로 유통망을 확장할 수 있도록 마케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송성옥 광주식약청장은 “싱가포르 수출 성사는 우리 축산물 안전관리 체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라며 “관계부처와 협력해 수출 규제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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