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공공조달 시장에서 원가 이하의 경쟁을 강요받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는 가운데, 낙찰하한율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한번 힘을 얻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 혁신룸에서 ‘제5차 中企공공조달 정책연구회’를 열고 공공조달 물품구매 분야의 낙찰하한율 개선 필요성을 집중 논의했다.
이번 연구회는 지난해 8월 학계와 연구계를 중심으로 출범한 이후, 예산 절감 중심으로 운영돼 온 기존 공공조달 정책의 구조적 문제를 점검하고 개선 아젠다를 도출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이날 논의의 핵심은 공공기관의 물품구매 계약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적격심사제도의 낙찰하한율이었다.
현행 국가계약법에 따라 적격심사제도는 최저가 입찰 업체부터 실적과 경영상태 등을 평가해 일정 점수를 넘으면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때 예정가격 대비 제시할 수 있는 최소 금액을 의미하는 ‘낙찰하한율’이 지나치게 낮아, 중소기업들이 사실상 덤핑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 오래된 문제로 지적돼 왔다.
연구 용역을 수행한 김대식 한국조달연구원 조달법제연구부장은 “공사 분야는 최근까지 낙찰하한율이 지속 상향돼온 반면, 물품 구매 분야는 2017년 한 차례(80.495%→84.245%) 조정된 이후 사실상 멈춰 있다”며 “특히 고시금액 이상 계약은 여전히 80.495%에 머무르고 있어 개선 검토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조달시장 참여 기업들의 제조원가율은 2020년 85.33%에서 올해 88.58%까지 오르는 등 부담이 커졌지만,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6.19%에서 5.38%로 감소했다”며 “올해 공사계약의 낙찰하한율이 87~89%까지 상향된 만큼 물품 구매계약 역시 동일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일치했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이 이를 납품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낙찰하한율은 사실상 투찰금액의 하한선으로 작용해 납품가격을 억누르는 효과가 있다”며 “지나친 가격 경쟁을 방지하고 공공물품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상향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공공조달은 단순한 물품 구매가 아니라 국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구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수년간 변동이 없던 물품 구매 분야의 낙찰하한율을 제조원가율 및 공사계약 기준에 부합하도록 88~89% 수준으로 상향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연구회에서 모아진 의견을 바탕으로 정부에 지속적으로 제도개선을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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