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작가회의는 제16회 「작가의 눈」 작품상 수상자로 박복영 시인을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북작가회의가 매년 발간하는 기관지 「작가의 눈」은 회원들의 치열한 작가정신을 일깨우고 창작 의욕을 드높이기 위해 이 작품상을 제정해왔으며, 올해 수상의 영광은 시 「비린내의 집」을 통해 박복영 시인에게 돌아갔다.
이번 수상작 「비린내의 집」은 칠순 노모가 바지락을 까는 바닷가 일상에 접목된 고단한 노동 행위를 심도 있게 다룬 작품이다. 시는 노모가 닳은 칼끝으로 바지락을 까는 어김없는 집중을 '살아오는 동안 길을 찾는 방법'으로 묘사하며, 파도를 견디느라 손끝 지문이 지워진 생의 무게를 절절하게 담아냈다.
심사평에 따르면, 심사위원단은 이 시가 ‘까다’, ‘파고들다’, ‘쌓다’ 등의 역동적인 동사를 사용해 노동 행위를 시의 현재로 형상화하는 동력에 주목했다. 특히, 바지락을 까는 행위와 비린내라는 이미지를 결합해 "노모의 생이 쌓아올린 비린내의 집"이라는 이미지를 제시하고, 화자가 그 집으로 들어서는 찬찬한 성찰 과정이 박복영 시인의 시적 미래를 밝게 한다고 극찬했다. 심사위원들은 박 시인이 앞으로도 바다와 맞닿은 ‘젊은 시’를 창작하리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전북 군산 출생인 박복영 시인은 1997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201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등 꾸준히 문학적 역량을 펼쳐왔다. 그는 여순10.19평화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등 다수의 권위 있는 상을 수상했으며, 현재는 서천신문 칼럼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중견 작가이다.
박 시인은 수상 소감을 통해 정오 무렵 낯선 꽃송이를 마주하려는데 소식 한 줄이 걸음을 멈추게 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림자가 내 몸을 열어 기우는 자신을 일으켜주었다고 고백하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특히, "날개가 되지 못한 내 시어들이 발자국으로 엉키고 있을 때" 이번 수상은 "괜찮다"며 처진 어깨를 두드려 주는 말과 같았다며, 그동안 골방의 어둠과 고요를 쪼개며 홀로 고민했던 시의 불확실한 미래가 조금씩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박 시인은 다시 무릎을 세울 수 있도록 기회와 위안을 주신 전북작가회 운영진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
박복영 시인에게는 상패와 함께 상금 100만 원이 수여되며, 시상식은 2025년 12월 19일로 예정된 전북작가회의 총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만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