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보윤이 장편소설 『신유년에 핀 꽃』으로 제18회 불꽃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불꽃문학상은 치열한 청년 정신으로 문학의 길을 밝히고 있으며, 시련 속에서도 자신의 문학세계를 굳건히 지켜나가는 작가를 엄선하여 시상하는 권위 있는 상이다.
전북작가회의 전임 회장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심사를 맡아, 황보윤 작가에게 상패와 상금 300만원을 수여하기로 결정했으며 시상식은 2025년 12월 19일로 예정된 전북작가회의 총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보윤 작가의 수상작인 『신유년에 핀 꽃』은 조선 천주교 초기사라는 무거운 역사적 토대 위에 인간의 보편적인 성정(性情)을 섬세하게 쌓아 올렸다는 극찬을 받았다.
심사평에 따르면, 이 작품은 흔들림과 의심, 두려움과 결단이라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내면의 투쟁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세 번의 배교 끝에 다시 믿음을 붙드는 이존창의 모습은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으려는 한 인간의 필사적인 여정으로 읽히며, 주문모 신부의 고난은 성직자의 사명을 넘어 가고자 하는 길을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투쟁으로 다가온다.
심사위원회는 "의심과 회의 속에서 길을 찾는 과정이 곧 신앙의 길"이라는 작가의 문장을 인용하며, 작가란 확신이 아닌 흔들림 속에서 문장을 찾고, 쓰고 지우고, 다시 세우는 존재임을 강조했다.
불꽃문학상은 외로움과 두려움을 이겨낸 작가에게 수여되며, 묵묵히 '글감옥'을 인내한 노고에 대한 격려라는 점에서, 황보윤 작가의 수상은 자연스럽고 마땅하다고 평가했다.
황보윤 작가의 문장은 "서늘한 고독"을 오래 견뎌 마침내 올곧게 섰으며, 그의 이전 작품들인 『로키의 거짓말』(2013), 『모니카, 모니카』(2018), 『광암 이벽』(2023) 역시 인간이 어떻게 흔들리고, 견디며, 다시 일어서는가를 보여주었다.
심사위원들은 황보윤 작가의 ‘불씨 같은 문장’이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다며 기쁜 마음으로 이 상을 드린다고 밝혔다.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논산에서 성장하고 전주에 정착한 황보윤 소설가는, 서른 초반에 우연히 접한 글쓰기가 좋아 일과 소설 창작을 병행하는 전방위적 삶을 살아오고 았다. 습작 소설 삼십여 편을 썼을 무렵인 2009년, 대전일보와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걸었다.
2012년에는 해창갯벌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 전북해양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꾸준히 문학적 성취를 이루었으며, 이후 일을 그만두고 장편에 몰두해 올해 『신유년에 핀 꽃』을 세상에 내놓았다.
황보윤 작가는 현재도 천주교 박해 백 년 사를 마무리하기 위한 노작의 일환으로 다음 소설을 준비하고 있는, 역사의식을 지닌 작가로 정평이 났다.
황보윤 작가는 수상 소식을 “차기작을 위한 답사길이었던 중국 순례 기행 마지막 날에 접했다”며 “종교의 자유는 있으나 선교의 자유가 없는 중국의 현실을 19세기 조선과 같다고 느꼈던 긴 여정 후, 집에 도착한 밤에 전북작가회의 사무처장의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마침 그날 밤은 작가의 생일이 지나고 있던 때였기에, 이 불꽃문학상은 가장 감동적인 생일 선물이 되었다고 감사해 했다.
황보윤 작가는 뜻밖의 소식에 처음에는 "과연 내가 이 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가"라는 자문을 던졌으나, 곧 이 수상이 "부족한 내 손을 잡아준 것은 먼 길 걸어온 사람에 대한 응원과 격려가 아니었을까"라고 스스로 답하며 고맙고 벅찬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는 소홀한 사람에게 은혜를 베푸니 송구할 따름"이라며 전북작가회의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앞으로의 보답은 "매 순간 문장을 다듬어서 좋은 작품을 써내는 일"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황보윤 작가는 "불꽃심을 품고 의연하게 쓰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며, 문학을 향한 그의 치열한 정신이 영원히 꺼지지 않을 ‘불꽃’처럼 독자들의 마음을 밝힐 것임을 예고해서 주목받았다. /이만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