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의 소비자물가가 10월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호남지방통계청과 국가데이터처가 4일 발표한 ‘2025년 10월 전북특별자치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도내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했을 때 117.64로 나타나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
이번 상승은 농축수산물과 서비스 요금 인상, 공업제품 가격 상승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상품부문 지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2.5% 올랐다. 서비스부문도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 특히 개인서비스 가격이 3.1%, 공공서비스가 1.4%, 집세가 0.7% 각각 올랐다.
생활물가지수 역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상적으로 구입 빈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해 소비자 체감 물가 부담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선식품지수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1.6% 하락했다. 채소와 과일 등 일부 품목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체 지수를 끌어내렸지만, 전체적인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은 전월 대비 0.6%,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해 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공업제품은 전년 대비 2.6% 상승했으며, 전월 대비로는 0.1% 오르는 데 그쳤다. 전기·가스·수도 부문은 전월과 전년 모두 큰 변동이 없었다.
서비스 부문 중에서는 외식·이용업·여가 서비스 등 개인서비스 항목이 두드러지게 올랐다. 이는 인건비 상승, 원자재·운송비 부담 증가 등 공급 측 요인이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통계청 관계자는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부문의 상승세가 전체 물가 흐름에 지속적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식료품과 교통, 숙박 등 생활 밀접형 품목이 오르면서 체감 물가는 더 높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출목적별로 보면 기타상품 및 서비스가 4.8% 상승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는 4.0%, 교통은 3.8%, 음식·숙박과 교육은 각각 2.6% 상승했다. 반면 주택·수도·전기·연료 부문은 0.8% 상승에 그쳐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다. 이처럼 식료품과 교통비, 개인서비스가 동시에 상승하면서 가계의 지출 압박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전북 지역 외식물가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차량 유지비·보험료 인상 등도 생활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신선식품지수는 하락세를 보였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장바구니 부담이 줄지 않았다”고 호소한다.
전주 효자동의 한 주부는 “배추나 무값이 조금 내렸다지만, 과자나 음료·외식비가 올라 전체적으로 장보는 금액은 예전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선식품 하락은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수급 개선의 결과로, 전체적인 물가 안정으로 보긴 어렵다고 분석한다.
전북대 경제학과 김 모 교수는 “농산물 가격은 기상 변수에 따라 급격히 변동하기 때문에 단기간 하락을 물가 안정 신호로 보기 어렵다”며 “서비스·공업제품 부문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실질적인 체감 물가 완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물가 흐름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는 국제 유가, 원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등이 꼽힌다.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면서 운송비·생산비에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공업제품과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인력난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외식업·여행·교육 등 서비스 분야의 추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생활물가 상승세가 둔화되지 않으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계지출 감소가 지역 소상공인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가 안정을 위해 농산물 가격 변동 완화, 유통비 절감, 에너지 요금 안정 등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전북도는 농산물 수급 조절 및 지역 유통망 효율화를 통한 가격 안정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 관계자는 “생활물가와 밀접한 품목을 중심으로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농산물 가격 급등 시 신속한 수급 안정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0월 전북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국 평균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가계 체감 부담은 여전히 높다.
식료품과 교통, 서비스 요금 인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서민 생활비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정부의 세밀한 물가 안정 대책이 요구된다.
물가 상승률은 숫자로는 완만해 보이지만, 일상 속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은 여전히 팍팍하다. /오상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