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대응과 진단, 다양한 의료 현장에 인공지능을 효과적으로 접목하기 위한 방향이 논의된 의미 있는 세미나가 전북대 적응형AI 연구실(주임교수 조재혁) 주최로 지난 3일 인문사회관에서 열렸다.
이에 따르면 ‘감염병 대응의 뉴 노멀, 의료 AI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감염내과)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의료AI의 발전 현황과 신뢰성 확보 방안, 데이터 편향, 윤리적 검증 등 기술과 공공보건의 교차 지점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기조발표에 나선 이재갑 교수는 “AI는 이미 비임상 영역뿐 아니라 감염병 예측과 진단 보조 분야에서도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AI-CDSS(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적용을 통해 항생제 처방이 47% 감소하고 내성균 예측 정확도가 90%에 달했다”고 구체적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의료AI의 3대 핵심 쟁점으로 △신뢰성(reliability) △데이터 편향(data bias) △윤리·의학적 검증(ethical & clinical validation)을 꼽았다.
이 교수는 “AI 모델은 병원별 환자군이나 장비환경이 달라지면 성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며 다기관 검증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데이터 편향은 의료 형평성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표준화·다양성 확보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AI의 판단 오류 시 책임 주체가 불분명한 만큼 윤리적·법적 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좌장을 맡은 조재혁 교수(전북대 소프트웨어공학과)는 의료AI가 신뢰받기 위한 세 가지 축으로 ▲AI 신뢰성 확보 ▲데이터 편향 해소 ▲윤리·의학적 검증을 제시했다.
그는 “AI는 환경이 달라질 때 성능이 흔들리기 때문에 다기관 검증과 모델 해석 가능성이 필수적”이라며 “특정 집단에 치우친 데이터는 진단 편향으로 이어질 수 있어, 표준화된 데이터셋이 공정성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또 “AI의 판단 오류에 대한 책임 주체 명확화, 개인정보 보호와 공공성의 균형 등 제도적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며 “AI는 감염병 대응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도구지만, 의료는 결과보다 과정과 근거가 중요한 영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의료, 간호, 공공보건, IT 전문가들이 참여해 의료AI의 진보와 과제를 다각도로 논의했다. 전북대 간호학과 장형은 교수는 “AI 기반 예측 모델은 감염병 유행 시 의료자원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AI-CDSS를 통한 항생제 사용 감소는 단순 효율화가 아니라 의료문화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고주연 박사는 “AI는 임상의 판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는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며 “병원 간 데이터 사일로를 해소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데이터 표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브랩 이준욱 이사는 “AI의 신뢰성은 정확도뿐 아니라 메모리 사용량, 응답성, 데이터 편향 조정 등 시스템 안정성까지 포괄해야 한다”며 “라벨링 기준과 장비별 편차를 최소화하는 정교한 데이터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세미나를 마무리하며 조재혁 교수는 “AI는 의료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혁신적 도구이지만, 신뢰성과 설명가능성, 데이터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료AI의 범용화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장은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