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KOPIA 몽골센터가 몽골에서 40여 년 만에 최초로 벼 재배에 성공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번 성과는 몽골 정부 요청으로 추진된 ‘몽골 적응 벼 재배기술 개발사업’의 결실로, 한국의 벼 재배 기술이 해외 식량안보와 수출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몽골은 주식이 고기와 밀 중심이지만 최근 곡물 소비가 증가하면서 쌀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몽골의 쌀 수입량은 4만9,536톤으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동안 몽골은 1980년대부터 벼 재배를 시도했지만 전문가 부재와 재배기술 부족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몽골 정부는 2023년 한국의 K-벼 기술을 활용한 재배시험을 요청했다.
KOPIA 몽골센터는 2023년 몽골 지역 환경 분석과 2024년 적합 품종 선발 시험을 거쳐 올해 1월 홉드도 볼강군에 3,500㎡ 규모의 시험포장을 조성하고 본격적인 재배사업을 시작했다. 몽골은 기온이 낮고 재배 기간이 짧으며, 토양은 알칼리성으로 벼 재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었으나, 한국품종 ‘진부올벼’, ‘진부벼’, ‘아세미’ 3종과 중국 품종 1종을 시험했다.
추운 날씨를 고려해 비닐하우스에서 40일간 모를 육묘하고, 6월에 모내기를 실시했다. 알칼리성 토양에는 산성용 질소, 인, 칼리 비료를 투입해 약산성~중성으로 교정하며 벼 생육 환경을 개선했다.
결과적으로, 시험한 4품종 중 한국품종 ‘진부올벼’가 가장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부올벼는 극조생종으로 추위에 강하며 벼알이 짧고 둥글다. 이번 재배시험에서 10a당 약 500kg의 수확량이 예상되며, 다른 품종은 이삭 형성 실패나 낟알 불완전, 균일성 부족 등으로 수확이 어려웠다.
9월 17일 열린 현장보고회에는 몽골 식량농업경공업부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해 벼 재배 성공을 직접 확인하고 축하했다. 몽골 정부는 이번 재배 성공을 쌀 자급과 식량안보 확대의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내년부터 재배 면적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KOPIA 몽골센터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몽골 환경에 맞는 표준 재배기술을 확립하고, 재배기술서를 발간·보급할 예정이다. 이번 재배 성공은 한국의 벼 재배 기반산업을 몽골로 수출할 수 있는 기회도 열어줄 전망이다. 몽골은 저수지, 관개수로, 정미시설 등 기반시설과 농기계, 농자재(비료, 종자, 제초제 등)가 부족해 대부분을 한국에서 들여와야 했으나, 향후 벼 재배가 확대되면 관련 산업 수출이 기대된다.
잠발체렌 몽골 식량농업경공업부 차관은 “진부올벼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재배 규모를 확대해 쌀 생산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농촌진흥청 김황용 기술협력국장은 “KOPIA 몽골센터를 통해 벼 재배와 쌀 생산을 적극 지원하고, 국산 농업 투입재 수출 확대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성공은 K-벼 기술이 해외 식량안보에 기여하고, 한국 벼 재배 기반산업의 수출 가능성을 여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오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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