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경제가 올여름에도 활기를 되찾지 못한 채 침체의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제조업 생산은 여전히 부진하고, 수출과 투자 역시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고용 시장마저 흔들리며 전반적인 지역경제가 무거운 짐을 짊어진 형국이다. 반면 민간소비와 물가는 점차 안정을 찾아가며 희미한 회복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최근 발표한 ‘전북지역 실물경제 동향’에 따르면, 6월 전북의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3% 감소했다.
5월(-4.2%)에 이어 두 달 연속 비슷한 폭의 감소세다. 특히 화학제품(-11.1%), 비금속광물(-9.7%), 음료(-33.7%) 등 주요 업종에서 낙폭이 커지며 산업 현장의 체감경기는 더욱 싸늘해졌다.
생산 감소에도 불구하고 재고는 무려 19.3% 늘어나 기업들의 재고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재고율은 156.4%로 전월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수요 측면에서도 활력이 부족하다. 대형소매점 판매가 6월 들어 6.4% 줄었지만, 감소 폭은 5월(-8.7%)보다는 축소되며 소비심리의 회복 가능성을 내비쳤다.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5.9% 늘어나며 반짝 반등했는데, 이는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일부 소비자들의 지갑이 조금씩 열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건설투자는 여전히 깊은 침체에 빠져 있다. 건축 착공면적이 34.2% 줄고, 건축 허가면적도 44.2% 급감했다. 미분양 주택은 2,976호로 전월보다 148호 감소했지만,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는 미분양 물량은 지역 부동산 시장의 고질적 부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설비투자 역시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기계류 수입액이 24.6% 줄며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음을 보여준다. 설비투자실행 BSI는 91로 전월(90)보다 소폭 올랐지만, 기준치 100을 밑돌아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여전히 비관적임을 방증한다.
수출입 부문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6월 수출액은 5억4천만 달러로 전년동월대비 8.1% 줄었다. 합성수지, 건설광산기계 등 주력 품목의 부진이 뼈아프다. 수입액도 1.3% 감소해 전체 무역 규모가 위축됐지만, 다행히 수출이 수입을 웃돌며 0.8억 달러의 소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흑자라 하더라도 수출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는 지역경제에 주는 긍정적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진단한다.
고용시장은 더욱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6월 전북의 취업자 수는 99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만1천 명 줄었다. 도소매·음식숙박업, 농림어업, 건설업에서 일자리가 크게 줄며 지역 노동시장의 허리가 휘고 있다.
전기·운수·통신·금융, 제조업에서 소폭 늘었지만, 감소 폭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고용률은 64.3%로 전년보다 0.6%포인트 하락했고, 실업률은 2.2%로 소폭 개선됐지만 이는 취업 의욕 상실에 따른 구직 포기 현상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물가와 부동산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는 2.0% 올라 전달(2.2%)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과 농축산물 가격 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 매매가격은 0.1% 오르며 소폭 상승했지만 지역별 온도차가 뚜렷하다. 전주 지역은 꾸준한 수요로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익산과 군산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거래량은 매매가 2.9% 줄고 전월세 거래는 4.3% 늘어 시장 양극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CBSI)는 7월 88.3으로 전월(89.0)보다 하락하며 기업인들의 경기 인식이 여전히 비관적임을 드러냈다. 비제조업 CBSI는 79.2로 변동이 없었지만 기준치에는 크게 못 미친다. 특히 8월 전망치는 제조업(87.4)이 더 낮아져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전북 경제는 이처럼 생산 감소, 투자 부진, 고용 위축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다만 소비와 물가가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일부 지역의 주택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투자 촉진, 청년층 중심의 고용 확대 정책이 시급하다”며 “특히 전북 산업구조의 고질적 취약성을 개선하지 않으면 경기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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