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일, 전북도의회 기자실에서 2년 2개월간 전북연구원을 이끌어온 이남호 원장의 마지막 인사가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아쉬움과 함께 자부심이 깃들어 있었다. 

다음은 이임 전 이남호 전북연구원장을 만나 전북의 미래를 위해 헌신해 온 성과 등 소회를 들어 본 대화 내용이다.

Q: 제9대 전북연구원장직을 마치시게 되었습니다. 어떤 심정이신가요?

A: 전북의 백년대계를 그리는 싱크탱크의 수장으로서 그간 어깨가 많이 무거웠지만, 이제 좀 홀가분한 기분입니다. 전북연구원 구성원들과 함께한 지난 2년여는 제게 정말 뜻깊고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이래 늘 학교 안에서만 지내다가 처음으로 학교 밖 세상을 제대로 공부하고, 이해하고, 고민하게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학교 안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쉬움과 감사함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를 떠나지만, 이 기간 동안 전북연구원의 대내외 위상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재임 기간 중 연구원에서 이직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과 최고 등급인 S등급의 경영평가를 받았다는 점은 우리 연구원 구성원 모두가 함께 이뤄낸 자랑스러운 성과입니다.

Q: 재임 기간 중 가장 의미 있었던 활동을 꼽는다면?

A: 저는 임기 동안 가장 의미 있었던 활동으로 전북연구원이 전북의 싱크탱크로서의 역량 강화 시스템 마련과 연구원 구성원들과 전북의 핵심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수행하며 전북의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는데 기여한 점을 꼽고 싶습니다. 

제가 취임 당시 연구원 내부는 대외 활동에 소극적이고 위축된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연구자들이 세상을 두려워하는 상황에서는 좋은 연구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연구원을 세상 밖으로 드러내고, 동시에 외부에서 전북연구원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데 집중했습니다.

Q: 전북연구원을 '떠나는 직장에서 머무는 직장으로'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A: 가장 먼저 '연구자 자긍심 고취'에 힘썼습니다. 신규직원 급여 10% 인상과 기존 직원 급여도 약 8~10% 인상해 직원 연봉을 타 시도연구원 평균의 약 85%에서 약 95%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우수 인재 초빙 여건을 강화했습니다. 

이러한 처우 개선과 성과 중심의 포상 체계 전환, 근무 환경 개선 등으로 직원들의 소속감과 자긍심을 높였습니다. 그 결과, 제 임기 동안 단 한 명의 정규직 이직자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3년간 석박사급 인력 유출이 11명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입니다.

Q: 연구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도 인상적이었습니다.

A: 연구 환경 개선을 위해 공간 재배치 사업 추진과 본관 신축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기존 청사의 안전 위험과 노후화를 고려하여 창의적인 연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18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여 4층 규모의 한옥 목조건물 신축안을 마련했습니다. 이는 전북연구원의 위상을 높이는 상징적인 성과입니다.

본관 신축과 연계하여 전북연구원 뒤편 천잠산과 연결되는 산책로(産策路)를 조성해 연구원들이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현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었습니다.

또한 목조건물과 연계해 45억 원 규모의 탄소중립정원복합단지 사업도 추진하고 있어 도민의 휴식 공간이자 전북의 랜드마크로 거듭날 예정입니다.

Q: 인적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A: 도정 선도 및 지원 강화를 위해 연구직 박사 10명, 전문직 석사 4명, 관리직 2명, 운영직 1명 등 총 17명의 정규직원을 신규 채용했습니다.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역량 평가 제도를 신규로 도입해 우수인재 확보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석좌 연구위원제도를 운영하여 경험과 학식, 인적 네트워크가 우수한 인력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박주현, 이한주, 이억원, 김병욱, 민기, 구윤철, 남세규, 정세영 등 중앙에서 활약하는 인재들을 전북연구원으로 모셔왔습니다. 그분들이 이제 중앙부처 요직에서 근무하며 전북의 우군으로 활동하고 전북과 국가를 함께 발전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Q: 미래 연구 기능은 어떻게 강화하셨는지요?

A: 미래 연구 기능 강화를 위해 전북의 미래 어젠다 발굴과 미래 비전 업무를 전담하는 미래 전략연구센터를 신설했습니다. 센터는 미래 어젠다 발굴, 미래 전략 과제 및 기획 과제 수행, 도정 현안 및 미래 어젠다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백년포럼, 조인트 세미나, 주간이슈&트렌드 작성, 이슈쪽지 발행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북의 백년을 디자인하고 전북 발전을 선도할 아이디어 및 정책 의제를 발굴하는 백년포럼을 전북자치도와 전주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운영했으며, 전문가 중심의 조인트 세미나도 33회 운영했습니다. 이 포럼과 세미나를 통해 '전북형 농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추진'과 같은 실제 정책 의제로 연결되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Q: '떠나는 직장에서 머무는 직장으로'라는 약속의 효과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A: 많이 좋아졌죠. 제가 취임하기 전 2~3년 동안 이직자가 무려 11명에 달했는데요. 지금은 단 한 명의 이직자도 없고, 17명의 새 가족을 새롭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저의 겸손한 리더십 철학, 즉 궁신접수(躬身接受)의 자세로 좋은 인재를 얻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Q: 도정 선도를 위한 대표적인 성과는 무엇인가요?

A: 가장 중요한 성과는 전북특별자치도 종합계획 수립과 전북특별법 1차 전부 개정을 통해 전북의 백년대계를 디자인한 것입니다. 종합계획 수립으로 5대 목표, 20대 전략, 실천 과제를 제시했고, 특별법 전부 개정으로 84개 조문이 131개 조문으로, 12개 특례가 333개 특례로 대폭 확대되었습니다.

특히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는 전북의 미래를 향한 역점 사업이었습니다.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타당성 검토' 연구부터 시작하여 '올림픽 대회 시설 적합성 간이 조사', 그리고 '전주 하계올림픽대회 개최 계획서' 작성까지 연구원이 주도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그 결과, 2025년 2월 28일 전북(전주)이 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Q: 28년 동안 개정되지 않았던 대광법 개정도 큰 성과였죠?

A: 그렇습니다. 각종 논리 개발과 정책 지원을 통한 대광법(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으로 전북의 중추 도시권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틀을 구축했습니다. 이 법은 관련법 제정 이후 28년 동안 단 한 차례의 개정도 허용하지 않았던 법입니다.

이 외에도 국가 예산 확보를 위한 과제 수행을 통해 새만금 이차전지 전력 공급 인프라 적격성 심사 통과(510억), 기능성 식품 규제 자유 특구 선정 지원(159억), 지역 활력 타운 공모 사업 선정 지원(김제 411억, 부안 354억) 등에 연구지원을 통해  다수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Q: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A: 많은 분들이 기대와 함께 교육감 출마를 독려하고 있지만, 제 진로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이제부터 도민들의 의견을 듣고 지지자들과 심도 있게 고민하겠습니다.

전북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도 빼놓을 수 없는 대단히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교육 수장이 공석으로 난맥상입니다. 지금 학교는 인구 충격, 디지털 충격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전북 교육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장본인으로서 책임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Q: 전북 교육의 미래에 대한 구상이 있으시다면?

A: 지금 보통 교육 현장은 인구 충격, 디지털 충격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이런 때, 성을 쌓으면 망하고, 길을 놓으면 흥할 것입니다. 지금은 '학교'와 지역사회, 그리고 대학과 보통 교육을 잇는 '다리'를 놓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AI(인공지능) 시대의 청소년들은 직업을 적어도 여섯 번은 바꿔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때 필요한 인재는 정답을 외는 지식에 머무르지 않고, 질문을 던지는 실력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 길에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Q: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이제 저는 전북연구원을 떠나지만, 전북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2년여 동안 많은 분들의 격려와 성원 덕분에 더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전북의 백년대계를 위해 어떤 자리에서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북의 미래가 더욱 밝아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만호 기자

- 이남호 전 전북연구원장이 걸어온 길

이남호 전 전북연구원장은 1959년 전북 남원 출생으로 전주고와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차례로 밟은 그는 30여 년간 전북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연구 성과와 인재를 길러냈다. 이 전 원장은 학문과 행정, 그리고 지역 발전을 위해 쉼 없이 걸어온 교육자이자 혁신 전략가이며,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통합과 화합을 실천하는 참 경영자이다.

2014년 제17대 전북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한 그는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혁신을 강조했다. 

일본과 캐나다의 대학에서 방문 교수를 지내며 학문적 교류를 이어온 점도 그의 글로벌한 시야를 보여준다.

2023년에는 제9대 전북연구원장으로 취임해 전북도정의 싱크탱크를 이끌며 정책 연구와 미래 전략을 총괄했다. 동시에 천년전주사랑모임 이사장으로서 지역 공동체와 함께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땀과 헌신은 여러 차례의 수상으로 이어졌다. 2012년 자랑스러운 전북인 대상(학술·언론 부문), 2013년 중소기업청장상, 과학기술우수논문상은 그가 걸어온 길을 증명하는 이정표다.

이 전 원장은 언제나 “지역의 미래는 연구와 교육에 달려 있다”는 신념으로 현장을 지켜왔다. 학문과 행정, 지역 혁신의 세 길을 동시에 걸으며 전북의 내일을 설계한 그의 발자취는 후학과 지역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