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투명성 강화를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이 8월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표결은 국민의힘이 진행하던 필리버스터가 종결된 직후 이루어졌으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재석 180명 가운데 찬성 178명, 반대 2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방송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 방식과 사장 선임 절차를 변경해 정치권의 영향력을 줄이고, 다양한 사회 주체의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 방식이다. KBS 이사는 기존 11명에서 15명으로, MBC와 EBS 이사는 각각 13명으로 확대된다.
이 중 국회 교섭단체가 추천할 수 있는 비율은 40%로 제한된다. 나머지 이사들은 시민사회, 언론 관련 기관 등 외부 독립 기구의 추천을 통해 선임된다.
정치권의 직접적인 개입을 줄이고, 방송의 자율성과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또한 공영방송과 보도전문채널의 보도 책임자(예: 보도국장 등)를 선임할 때, 내부 종사자 과반수의 동의를 의무화한 것도 눈에 띄는 조항이다.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해 내부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결국 특정 노조나 단체가 거부권을 행사하게 돼 방송의 정치적 편향이 심화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편향적 인사 임명을 막고 내부의 자율성과 책임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1일 단일안 형태로 공개된 뒤 일주일도 되지 않아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하고, 곧바로 본회의까지 올라왔다. 이례적인 속도전이었다는 평가 속에, 충분한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방송법 개정은 오랜 시간 논의돼 온 공영방송 개혁의 제도적 출발점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이라는 목표가 실제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구성될 이사회 운영과 사장 선임 절차를 통해 가늠될 전망이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권력으로부터 방송을 지키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 온 방송장악 시도와 사회적 혼란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열린 원내 대책 회의에서 “방문진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노란봉투법, 2차 상법 개정안 등 남은 입법 과제도 8월 임시국회에서 곧바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집권 초반 신속한 입법 추진을 통한 국정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한편, 방송3법 중 하나인 방문진법은 현재 본회의에 상정됐다. /이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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