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앞마당에 작은 시식대가 차려졌다.
토종 감자가 가지런히 접시에 쪄서 이쁘게 차려져 있고, 모종이 접시마다 설명서와 함께 놓여있었다.
이러한 익힌 토종 감자를 오가는 이들이 하나둘 손에 들고 맛을 보았다.
감자는 개량종 감자에 비하여 크지 않았고, 모양도 그렇게 이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입 베어 물자 특유의 향과 깊은 맛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요즘 감자에서는 잘 못 느껴보던 맛이네요.” 지나가던 도의회 직원 한 사람이 소박한 감상을 전했다.
이날 행사는 완주군 고산면의 ‘씨앗받는농부’ 영농조합법인(대표 이종란)과 완주토종씨드림이 마련한 토종 감자 전시와 시식 및 판매 행사였다.
씨앗받는농부 영농조합법인과 완주토종씨드림은 토종 감자뿐만 아니라 토종 옥수수, 쌀, 고추, 마늘, 생강 등 8종의 토종 작물을 직접 재배하고 판매하고 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씨앗받는농부 이종란 대표는 “저희는 15년 전부터 토종 씨앗 농사를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감자도 많고, 맛도 참 다양하거든요. 이렇게 직접 보여드리고, 맛도 나눠드리면서 알리고 싶어 이 행사를 기획했습니다.”라고 말하며 “몇년 전부터 이러한 행사를 여러 곳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국 농가를 찾아다니며 예전부터 마을 어르신들이 심어오던 종자를 수집하고 있다.
그렇게 모은 씨앗을 지역에서 다시 심고 거두며, 그 씨앗이 다음 해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어 우리 선조들이 농사지은 작물의 씨앗을 잘 보존 관리하고 있으며 우리 후손에게도 잘 물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전자 조작 씨앗이나 외국산 품종이 보편화되면서, 매년 새로 씨앗을 구입해야 하는 농가도 많다.
이 대표는 “기업이 만든 종자는 대부분 한 번만 자라도록 만들어져 있어요. 농민들은 해마다 씨앗을 사야 하고, 점점 의존하게 되죠. 이런 구조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씨앗받는농부 영농조합법인은 토종 농사를 짓는 데 그치지 않고, ‘농부 현장학교’를 통해 토종 씨앗의 가치와 농업의 의미를 시민들과 나누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아이들과 주민들이 함께 씨를 뿌리고, 꽃을 보고, 수확하는 과정을 통해 생명의 순환을 배우는 교육도 진행 중이다.
이날 행사에는 약 50박스 분량의 토종 감자가 준비됐다. 판매 수익은 씨앗 보존과 농부 활동에 다시 쓰인다.
토종 씨앗을 지키는 일은 결코 거창하거나 대단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다만 이 일은 아주 꾸준하고, 손이 많이 가며, 오래 걸리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도 땅에 씨앗을 심고, 수확한 작물을 나누는 농부들 덕분에 우리는 맛있는 밥상을 차릴 수 있고 이러한 일을 통해 우리는 유구한 5천 년의 역사를 이어가며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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