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최종 10차전에서 쿠웨이트를 4-0으로 완파했다. 한국은 쿠웨이트전 승리로 승점 22(6승 4무)를 쌓아 조 1위로 3차 예선을 마쳤다. 한국은 이날 대승으로 월드컵 예선을 화려한 피날레로 마무리했다. 이보다 앞서 6일 9차전 원정 경기에서 한국은 이라크를 2:0으로 이겨 이미 본선 직행 티켓을 획득했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과 역대 12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된다.
필자는 축구광이다. 어려서부터 축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축구만큼은 본다. 축구 경기 일정을 꼼꼼히 메모해놓고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빠짐없이 경기를 시청한다. 단순 경기를 시청하는 것만이 아니라 경기 규칙, 전술 전략, 승패 원인 등을 나름대로 분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많은 축구팬들은 중국과 인도의 축구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현대판 불가사의라고 말한다. 두 나라 인구는 각각 14억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어떻게 14억 중에 축구 잘하는 사람이 그렇게 없는 것일까. 정말 그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뿐 아니라 유럽이나 축구 전문가들도 궁금한 건 마찬가지다. 1억 명 가운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 같은 재능 있는 선수 한 명 선발하는 건 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 아닌가. 그런 선수가 14명이 모이면 아마도 세계 최강이 될 것이다.
이 장에서는 중국 축구에 대해서만 거론하고자 한다. 중국은 한때 ‘축구 강국’을 꿈꿨다. 세계 최대 인구, 급성장하는 경제. 축구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시진핑 주석은 2012년 집권 당시 “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이라는 ‘3대 소망’을 밝혔다. 이로 인해 중국은 엄청난 자본을 투자하며 축구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며 야심 찬 목표를 내세웠다. 수십억 위안을 쏟아부으며 해외 유명감독과 유명 선수들을 영입했고, 유소연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크로아티아 출신 브란코 이반코비치 감독이 이끄는 중국은 지난 5일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C조 9차전 인도네시아 원정길에서 0-1로 충격패를 당했다. 중국은 이날 유효 슈팅 1개에 그치는 졸전을 펼친 끝에 고개를 숙였다. 중국이 인도네시아에 패한 것은 38년 만이다. FIFA 랭킹은 중국이 94위, 인도네시아는 123위다. 승점 6(2승 7패)에 머무른 중국은 조 최하위로 처져 최종전 바레인전 결과와 무관하게 탈락이 확정됐다. 북중미 월드컵 출전국과 아시아 출전권 확대 모두 FIFA가 14억 인구의 중국 시장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국은 이번에도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중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것은 2002 한일 월드컵 대회 한 번뿐이다. ‘스포츠 강국’ 중국이 유독 축구를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오만가지 해석이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축구의 실패는 정치 시스템과 맞물려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축구협회(CFA) 회장은 송차이 당서기. 그는 국가체육총국(GAS)에 모든 사안을 보고하고 승인 아래 시행한다. 대표팀 선수 선발, 프로리그 운영 등이 전부 당 고위층 입맛대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축구는 고위층이 즐기는 문화로 바뀌어 갔다. 현장 지도자는 무엇이든 성과를 내 윗선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 움직임을 엄격히 통제한다. ‘축구 지능’이 길러지지 않는 이유다. 중국에서 뛰는 한 유럽 선수는 “중국 선수들이 기술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중국 축구가 월드컵 진출에 실패하자 많은 중국 국민들은 실망, 탄식, 대성통곡했다. 그러나 중국이 언제 축구를 잘하는 나라였냐고 반문하고 싶다. 월드컵 진출국 수를 늘렸어도 탈락한 건 실력 부족이 아닌가. 중국이 축구 강국으로 부상하려면 먼저 국제무대에서 거친 플레이의 소림축구(깡패축구)를 당장 멈춰야 한다. 축구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더불어 관중 난입, 레이저 공격, 국가 제창 때 야유 등 다양한 비매너 행위도 시정해야 한다.
신영규 /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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