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전 정부 인사들을 겨냥한 이른바 ‘3대 특검법’이 전격 통과되어 신속한 특검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으로 불리는 이 법안들은 하루 전인 9일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단 하루 만인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대통령 서명까지 거치며 이례적인 속도로 신속히 처리됐다.
아직 새 내각이 꾸려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국무회의는 윤석열 정부 당시 임명됐던 장관들이 그대로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대통령실은 이번 조치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반복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의 입법 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이번 국무회의는 이러한 왜곡된 입법 질서를 바로잡고, 국민의 뜻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과거 적폐를 청산하고 헌정 질서를 회복하겠다는 국민의 요구에 응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의결된 3대 특검법 가운데 ‘내란 특검’은 특히 규모와 수사 범위 면에서 역대 최대급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북한과의 국지 충돌을 의도적으로 유도해 계엄령 명분을 만들려 했다는 의혹을 비롯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 전직 국무위원들의 내란 가담 가능성,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계획 등이 모두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른바 '법조 4인방'으로 불리는 김주현, 박성재, 이상민, 이완규 전직 고위 법조인들이 계엄령 선포 직후 안가에서 비밀리에 만났다는 정황도 핵심 수사 항목이다.
김건희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비롯해, 민간인 건진 법사(본명 전성배)를 통해 명품 샤넬백과 고가의 시계를 수수했다는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 등 총 16가지 혐의를 겨냥하고 있다.
채상병 특검 역시 고위 공직자와 재계 간 유착 및 국정농단 의혹 등 주요 사안들이 다뤄질 전망이다.
특검 수사는 이르면 이번 주말 특검 임명이 완료된 뒤, 준비 기간을 거쳐 다음 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각각 특검 후보 1명씩을 추천하면 이 가운데 대통령이 1인을 임명하고, 이후 최대 20일의 준비 기간 동안 수사팀 구성이 이뤄진다.
내란과 김건희 특검은 준비 기간을 포함해 최장 170일, 채상병 특검은 140일 동안 수사를 진행할 수 있으며, 내란 특검에는 검사 60명을 포함해 총 267명까지 투입될 수 있어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특검보다 두 배 이상 규모로 진행되며 역대 특검 중 가장 큰 규모로 운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당 지도부는 “3대 특검은 정의와 헌정 질서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특검 후보 추천과 수사 착수를 최대한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강조한 ‘통합’은 어디로 가고, 국정 첫걸음부터 갈등과 정쟁을 택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검사징계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됐다. 기존에는 검찰총장만 가능하던 검사 징계 청구권을 이제는 법무부 장관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이재명 정부가 예고했던 검찰 개혁의 신호탄이 본격적으로 울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들은 이번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시행한 비상계엄 조치의 내란에 대한 심판 성격의 투표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보다 무려 289만여 표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한 바 있다.
이처럼 이재명 국민주권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빠른 속도로 적폐 청산과 검찰 개혁에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윤석열 전 대통령 측과 보수 야당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여 정치권의 대립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이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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