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선 전국 투표율 79.4%… 높아진 정치 참여, 지역별 온도차는 뚜렷

제21대 대통령선거 투표율이 79.4%로 집계되며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일 오후 8시 기준, 전체 유권자 4,439만 1,871명 중 3,524만 41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7년 제19대 대선(77.2%)과 2022년 제20대 대선(77.1%)의 최종 투표율을 모두 웃도는 결과로,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가 확연히 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전체 유권자의 34.74%가 투표소를 찾으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최종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졌고, 일각에서는 1997년 제15대 대선 이후 처음으로 투표율이 80%를 넘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왔으나, 결과적으로는 0.6%포인트 차이로 해당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유권자 중 거의 80%가 투표에 참여했다는 점은 우리 사회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 의식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역별로는 정치적 관심도가 높은 지역에서 두드러진 투표율을 보였다. 광주광역시가 83.9%로 가장 높았고, 전남(83.6%), 세종(83.1%), 전북(82.5%)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호남 지역의 경우 사전투표 단계부터 열기가 뜨거웠다. 전남의 사전투표율은 56.5%, 전북은 53.01%, 광주는 52.1%로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돌았고, 이는 최종 투표율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처럼 호남 유권자들의 일관된 정치 참여 성향은 지역 정체성과 정치 의식의 강한 결합을 반영한다.

수도권에서도 투표율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서울은 80.1%로 처음으로 80%대를 기록했으며, 경기도는 79.4%, 인천은 77.7%를 나타냈다.

수도권에서 80%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긴 결과는 인구 밀집 지역 유권자들의 참여가 높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했던 대구(80.2%)와 울산(80.1%)도 80%를 넘기며 지역별 정치 참여 양상이 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지역은 제주특별자치도로 74.6%에 그쳤다. 충청남도(76.0%)와 충청북도(77.3%) 역시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들 지역은 사전투표율도 낮았던 만큼 전반적인 정치적 관심도나 선거 동원이 다소 약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와 충청권의 상대적 저조한 참여는 향후 지역 정치와 선거 전략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번 대선은 사전투표가 사실상 전체 투표율 상승을 이끌어낸 결정적 변수였다.

총 1,571만여 명이 참여한 사전투표와 우편투표는 본투표 못지않은 중요성을 갖게 되었으며, 이는 코로나19 이후 유권자들의 투표 방식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이제 사전투표는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라 본투표에 준하는 영향력을 지닌 투표 경로로 자리잡은 셈이다.

지역별로 80%를 넘긴 지역들은 대체로 높은 사전투표율, 뚜렷한 지지 성향, 정치적 동원력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갖춘 곳이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조한 지역은 이들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는 유권자 참여율이 단순히 지역 특성에 따른 것이 아니라 사전투표 인프라, 후보자 경쟁력, 지역 현안과의 연관성 등 복합적인 요인의 결과임을 시사한다.

결국 이번 제21대 대선은 정당과 후보 중심의 경쟁을 넘어 유권자의 손으로 만들어낸 선거였다.

고른 연령대, 다양한 지역에서 나타난 높은 참여율은 민주주의의 기반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증거이며, 정치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서, 12·3 비상계엄 발령과 4·4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이라는 전례 없는 국가적 사건의 후속 과정이라는 점에서, 시민의 직접적인 정치적 심판이 투표에 반영된 선거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높은 투표율은 그만큼 이번 대선이 유권자들에게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방향과 책임을 묻는 역사적 판단의 무대였음을 보여준다. /이만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