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은 저 혼자만의 힘이 아닙니다. 우리 조합원과 직원들 없이는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요즈음 너무 불경기라 조합원 분들께서는 하루하루가 생사의 기로입니다. ‘내일이면 문 닫을 것 같다’고 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전주시와 전북도에서 여러 지원책이 나오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부족한 현실입니다. 말뿐인 지원에 상인들은 벼랑 끝에 내몰린 기분일 겁니다.”

박춘관 전북전주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을 지난 2일 조합 이사장실에서 만났다. 

그는 조합 취임 1년 반 동안 현장의 목소리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듣고 느끼며 고통스러운 현실을 절감해 왔다고 말했다.

“저도 삼천동 ‘중인마트’라는 조그만 슈퍼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입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가게 문 열고 청소를 마치고 나서 조합 사무실로 출근하는 게 일상이죠. 하지만 힘든 건 저뿐만이 아닙니다. 우리 조합 직원들이 정말 헌신적입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숨을 내쉬었다. “우리 직원들은 30명이 넘는데, 명절도 휴일도 없이 일합니다.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라 ‘우리 일이니까’라는 자발적인 마음으로 움직입니다. 이사장으로서 너무 고맙고 감사하지요.”

박 이사장이 가장 마음 아파하는 것은 바로 조합원뿐만 아니라 직원들이다. “우리는 주류 2%, 공산품 4-5%라는 극히 낮은 마진 구조에서 운영됩니다. 직원 월급도 빠듯한 상황이에요. 

하지만 직원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조합과 조합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 직원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합니다.”

이 같은 헌신과 노력이 지난해 전국 48개 조합 중 매출과 물류센터 운영에서 1위를 차지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박 이사장은 “숫자가 전부가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한다.

“우리 조합이 전국 1위라는 건, 조합원과 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버텨냈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박 이사장의 꿈은 ‘물류센터 신축’이다. 현재 700평 규모의 물류센터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익산이나 군산 조합들은 1,500평 규모인데 우리만 뒤처져 있으면 안 됩니다. 물류센터가 확장되면 조합원들에게 더 다양하고 저렴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식당 등 외식업체에도 더 좋은 가격으로 식자재를 공급해 지역 상권 전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이 사업은 약 1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위해 약 10억 원 이상의 자부담금 마련이라는 무거운 짐이 박 이사장의 어깨에 놓여 있다.

“밤낮으로 재원 마련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안위보다 조합과 조합원은 물론 30여 명 직원들의 생존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박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직원들의 이름 대신 ‘우리 직원들’이라 부르며, 그들의 헌신이야말로 조합을 움직이는 원동력임을 거듭 강조했다.

“직원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겁니다. 모두 가족 같습니다. 함께 땀 흘리고, 함께 고민하며, 함께 버티고 있습니다. 조합을 지키는 일은 곧 이 사람들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는 전국 최초로 추진 중인 골목 슈퍼 시설 개선 사업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완산구와 덕진구에서 점포 1개씩을 선정하여 시설개선 시범 사업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올해부터 2년간 25개 점포를 개선할 예정으로 있어 기대감에 부풀어 있습니다.”

박 이사장의 말에서 느껴지는 진심은 분명했다. “골목상권을 지키는 건 혼자서 할 수 없는 싸움입니다. 조합원, 직원,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해야 합니다. 우리 직원들과 조합원들이 있어 희망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조합이 무너지면 우리 모두가 무너집니다. 하지만 함께 버틴다면 다시 웃을 날이 올 것”이라며, “그날까지 우리 직원들과 조합원이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요즈음 골목상권이 무너진다고 누구나 이야기하고 그것이 피부에 와닿고 있는 즈음이다. 

다 죽어가는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해 전북 지역의 작은 수퍼에 물건을 조금이라도 싸게 공급하기 위하여 애쓰는 협동조합이 있어 고맙고 그 중심에는 박춘관 이사장이 있다. /이만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