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29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간 진행 중인 농업·통상 협상에 대해 “농업을 말살하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굴욕적 협상”이라며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협상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농전북도연맹, 전여농전북연합, 쌀생산자협회전북본부, 전국한우협회전북도지회, 전북친환경농업협회, 내란세력청산 사회대개혁실현 전북개헌운동본부 등 6개 단체 회원 20여 명이 참석했다.
단체들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과 최상묵 전 경제부총리 체제에서 진행된 한-미 통상협상이 “미국의 이익을 우선한 일방적인 관세 협정”이라며 “대선을 며칠 앞둔 시점까지도 장관급과 실무급 협상이 강행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협상이 기존 한-미 FTA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농업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쌀 수입 물량의 대폭 확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요구 ▲검역 기준 완화 및 무력화 ▲유전자 변형 감자(LMO) 수입 허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단체는 “이러한 요구들은 대한민국 농업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로, 결국 농민의 생계를 위협하고 국민의 먹거리 안전까지 흔들리게 만든다”며 “이는 국가의 보호책임을 저버리는 무책임한 협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한국의 식량주권은 마지막 남은 방파제와 같다. 지금 무너진다면 우리는 해외에 식량을 의존하는 불안한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며 “그동안 무역과 FTA 협상에서 농업은 희생양이었다.
이번만큼은 정부가 농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줄라이 패키지로 불리는 협상안은 사실상 미국의 요구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구조로, 협상 시한인 7월 8일을 앞두고 정부가 서둘러 타결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 시한을 연기하고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새 정부에 ▲농업과 식량주권, 국민 건강을 최우선에 두는 통상 전략 수립 ▲줄라이 패키지 협상 전면 중단 및 전면 재검토 ▲국제적 협력과 연대를 통한 미국 압력 대응 전략 마련 ▲농민 보호를 위한 실질적 보완대책과 피해 방지 장치 마련 등을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지금은 모내기 등으로 가장 바쁜 농사철이지만, 우리 농업의 존립이 걸린 만큼 이 자리에 나왔다”며 “식량과 농업, 국민의 건강은 그 어떤 경제 논리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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