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축사 화재 예방을 위한 관리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화재 위험도가 높은 축사를 중심으로 집중 관리에 나선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도내 축사에서 총 233건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돈사(79건)와 계사(65건)에서 발생한 재산피해가 전체의 9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북특별자치도 소방본부 이오숙 본부장은 24일 오전 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전북소방본부는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예방 행정을 위해 지난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도내 돈사·계사 1,962개소를 전수조사하고, 화재 위험도를 A부터 D까지 4단계 등급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분류 기준은 ▲시설 노후도 ▲건축 규모 ▲건물 간 거리 ▲소방서 접근성 ▲과거 점검 이력 등 5개 항목을 계량화해 적용했으며, 그 결과 A등급은 2개소, B등급 285개소, C등급 725개소, D등급 950개소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돈사와 계사에서 발생한 21건의 화재 중 85%가 C·D등급 축사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고위험군 축사를 중심으로 한 선별적 관리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전북소방본부는 올해부터 등급별로 차등화된 화재 예방 조치를 본격 추진한다.
B등급 이상은 서한문 발송과 월 2회의 안전 문자 발송 등을 중심으로 한 기본관리 체계를 유지하는 반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C·D등급에 대해서는 화재안전조사와 현장방문행정, 순찰 및 훈련이 대폭 강화된다.
화재안전조사는 기존 전체의 5% 내외에서 C·D등급을 대상으로 최대 20%까지 확대되며, 전기 분야와의 합동점검도 병행된다.
특히 D등급 축사는 간부급 소방공무원이 연 1회 이상 현장을 직접 방문해 전기시설 개선을 권고하고, 실습형 안전교육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화재 예방 순찰과 현지 적응훈련도 C·D등급 축사에 집중되며, D등급 대형축사는 산불 예방 순찰과 연계해 집중 점검한다.
전북도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전염병 발생으로 현장 접근이 제한되는 상황에도 화재 예방 활동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위기 단계를 ‘관심·주의·심각’ 3단계로 구분해, 단계별로 화재안전조사, 방문행정, 훈련 등을 탄력적으로 조정 운영한다.
예를 들어 ‘심각’ 단계에서는 모든 방문 활동을 비대면으로 전환하며, 관서장이 직접 서한문을 발송하거나 ‘도상훈련’으로 현장 대응력을 유지한다.
특히 D등급 축사에 대해서는 간부급이 ‘안심 통화제’를 통해 관계자에게 화재 예방 메시지를 전달하고, 주요 소방용수 위치, 출동 동선 등을 미리 숙지하도록 교육한다.
화재 예방 교육도 기존 이론 중심에서 실습형으로 개편된다.
소방서는 축산 종사자 정기 교육 일정에 직접 참여해 주요 화재 원인인 노후 전선, 배전반 등 자율 점검 요령과 초기 대응법을 교육한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현실을 반영해 다국어 리플릿 제공과 함께 실습 위주의 안전교육을 실시, 연간 약 2,500명이 교육을 받게 될 예정이다.
전북도는 축사 안전시설 보강도 적극 지원한다.
도 축산과는 ‘2025년 축사시설 화재안전시스템 지원 사업’을 통해 화재 취약시설을 우선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고, 돈사·계사 등에는 감지설비, 아크차단기 설치 등을 개소당 최대 400만 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5억 원 규모로, 국비·지방비·자부담이 함께 편성된다.
아울러 전국 최초로 ‘전북특별자치도 축사시설 화재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를 2025년 하반기 제정해, 예방계획 수립, 시설지원, 종사자 교육 등 화재 예방 행정의 법적 기반도 마련할 방침이다.
전북소방본부는 축사 구조 자체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동 간 이격거리 기준을 법제화할 것을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동 간 5m 이상 거리 확보’ 또는 ‘2m 이상 방화담 설치’를 주요 내용으로 한 이번 건의는, 실제 화재 사례에서 그 효과가 입증됐다.
2024년 2월 군산 회현면에서 발생한 돈사 화재는 동 간 거리가 1m 미만으로 불이 빠르게 인접 시설로 번졌으나, 3월 완주 소양면 화재의 경우 5m 거리 확보로 피해 확산이 방지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북소방본부 이오숙 본부장은 “축사 화재는 단순 시설 피해를 넘어 가축 생명과 농가 생계를 위협하는 중대한 재난”이라며 “위험도 기반의 예방체계로 전환해 보다 실효성 있는 맞춤형 대응을 통해 농가의 안전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만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