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사노조(위원장 정재석)가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추진 중인 유아 발달평가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전북교사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전북교육청이 추진 중인 유아 발달평가사업은 ‘조기 발견’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교사와 학부모 모두에게 불신과 부담을 안기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먼저, 발달평가의 도구로 사용되는 K-SIED(육아정책연구소 개발)는 장애 위험 영유아를 선별하기 위한 도구다. 발달 지연 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겠다는 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또래에 비해 현격한 차이가 보이는 경우가 아닌 모든 유아를 일괄적으로 평가할 필요성은 충분하지 않다.
이어, 평가 문항의 타당성에도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함께 놀자고 제안하며 알맞은 역할을 부여한다’라는 항목은 하나의 문장에 세 가지 조건이 포함된 복합 문항이다. ‘한 발로 150cm 이상 뛴다’라는 문항은 맥락이 불명확하고, ‘식물이나 동물의 성장 과정을 안다’라는 항목은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개념을 요구하는 등 유아 발달 수준에 맞지 않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다음으로, 교사들의 업무 가중이다. 전북교육청은 평가 도구를 개발한 기관조차 학기 초가 아닌 중후반에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4월 중 단 8일간 평가를 완료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5세 기준 57개 문항을 제대로 관찰하려면 유아 한 명당 최소 일주일 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미 수업, 생활지도, 상담 등 다양한 책무를 지고 있는 교사들에게 발달평가는 또 하나의 과제로 전락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평가 결과와 관련한 학부모의 민원 제기 가능성이다. 교사가 작성한 평가 내용이 자녀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으로 인식될 경우, 아동학대나 차별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전북교사노조 관계자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발달평가가 강행된다면, 유아교육 현장은 더욱 큰 혼란에 빠지고 교사와 학부모 간 불신은 깊어질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추진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제도의 전면 재검토"라고 주장했다.
/장은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