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경제는 암울하다. 2025년 한국 경제 GDP 성장률 전망을 보면 한국은행은 1.9%, 골드만삭스는 1.8%, 국제통화기금(IMF)은 2.0%다.   

세계경제가 러·우전쟁, 중국의 경기침체 등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관세 인상까지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 성장 동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정부가 국가경쟁력을 높일 만한 로드맵이 없기 때문에 과거 두 차례 탄핵 때보다 타격이 크다. 

대통령의 직무 정지로 차기 대통령 선출 전까지는 국가경제가 방향성 없이 흘러갈 것으로 우려된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빠르게 정상 속도로 회복하느냐다. 정치가 불안정하고 경제가 불확실하면 성장률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대외의존도가 높은데 지금 중국과는 무역마찰을 겪고 있다. ‘트리플 감소’라는 말은 경기 추세가 암울한 상황을 말한다. 윤석열 정권은 2년 반 사이에 6번의 트리플 감소가 있었는데, 이것은 신기록이다. 특수 요인 없이 6번씩이나 발생한 것은 심각한 일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한계에 와 있다는 걸 드러낸 셈이다. ‘민생’을 위한다는 정책은 모두 포퓰리즘이다. 그냥 나눠 먹기만 해서는 답이 없다. 과거에는 파이를 키우는 일을 했다.  

개혁, 혁신, 구조조정 등 체질 개선을 해서 성장을 시도해야 한다.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은 편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금리 인하는 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 때문에 어렵다. 

준금리를 인하하면 침체 국면의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있는지도 점검해 봐야 한다.

개혁과 혁신이 절실하다. 문제는 기득권을 개혁하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점이다. 노동개혁, 재정개혁, 금융개혁, 의료개혁 등 기득권이 장악하고 있어 진입 장벽을 낮추기가 어렵다. 

이 가운데 연금개혁 문제가 시급하다. 1988년 국민연금이 출발할 때 소득대체율은 70%, 보험요율은 3%였다. 나중에 조정을 해나가야 했는데 시기를 놓쳤다. 이제 겨우 2025년 소득대체율 41.5%, 보험료율 13%로 조정한다. 

그런데 지금 이걸로도 부족하니까 세금을 넣으라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연금은 수익자 부담이다. 자기가 낸 돈을 받는 것이다. 세금은 국민 기초생활 보장 제도에 따라 어려운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쓰여야 한다. 

국민연금을 세금 부어서 퍼주면 답이 없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경쟁적으로 세금을 안 받으려 한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국내 증시가 안 좋아서 유예하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언제 거둬서 어떻게 쓰겠다는 계획이 서 있어야 한다. 부가가치세도 어떻게 손볼 것인지 등 검토해야 할 판에 금투세 하나 가지고 정치권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비상계엄 이후 탄핵안이 통과됐지만 국가신용도가 떨어지면 금리 인하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한국은 수출 국가여서 환율이 올라가면 이득이다. 다만 관세 장벽을 10%, 20%로 올리면 힘들어진다. 

현재 한국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와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는다. 현대기아차는 상황이 나은데, 반도체에 문제가 생겼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로부터 HBM 납품 허가를 못 받은 충격이 오래갈 것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세금을 정상적으로 거두되 효율적으로 어려운 사람들한테 나눠줘야 한다. 덜 거두고 다 나눠주는 식이다. 그렇게 해서 망한 나라가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그리스, 이탈리아 등이다. 결국 경제제도를 어떻게 설립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한국은 그런 것들이 무너져 있다.

/정복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