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농사를 지으며 사시던 조소목 아동문학가이자 사진작가가 한 달여 전에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와는 크게 인연은 없지만 전주 명문 신아출판사에서 ‘소년문학’ 편집장으로 수고하시는 최영환 선생님으로부터 훌륭한 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 훌륭한 정신을 널리 알려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생각을 차일피일 미루고 실천하지 못하다가 조소목 선생님이 돌아가신 뒤에야 알게 되었다. 

조 선생님은 한평생 자가용도 운전할 줄 모르고, 대중교통에 의지한 채 사셨으며, 평소에는 자전거만 타고 다니던 분이셨다.

전주에서는 ‘전라시조’와 ‘전북아동문학회’ 회원으로 주로 문학 활동을 하셨는데, 전주 모임에 오신다고 하면 인품이 훌륭하신 분이셨기에 회원들이 서로 터미널로 마중을 나가서 모셔오기도 했다.

한평생 농사짓고 꽃을 기르며 틈틈이 시간이 나면 사진작가로 활동하시고, 아동문학과 시조문학에 심취해서 활발한 예술 활동을 하시던 분이셨다.

사진 부문에서 탁월한 예술적 감각으로 전북사진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셨으며, 조류에 관한 사진집도 발간하시고 각종 대회에 작품을 출품하여 상도 많이 받으셨다고 한다.

글 쓰는 특별한 재능을 부여받아 1989년 현대시조에 등단하신 후 1989년 동양문학에 수필로 등단하시고, 1989년 월간 아동문학에 동시로 등단한 문예 부문 3관왕의 등단 작가이자, 농협중앙회 새농민 체험수기 공모전에도 당선되신바 있는 자타공인 인정받는 문인이셨다.

상도 많이 받아서 1987년 군산 시민의 장 문화장, 1992년 제2회 한국아동문화대상, 1999년 제21회 한국아동문학 작가상 등 12개의 상을 받았으며, 전북아동문학회장을 역임하신 후 돌아가시기 전까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셨다.

주요 저서로는 1992년 그림동시집 해바라기 그림을 필두로 1996년 시조집 홍시, 1998년 동시집 징검다리, 2005년 사진집 ‘한국의 새’, 2010년 시조집 가(家)자놀이, 2021년 사진놀이 50년, 2022년 동시 선집 버릴까 말까 등을 저술하시는 등 30년이 넘게 쉼 없이 문학활동과 사진작가로 활동하신 분이라서 더 존경스럽다.

조 선생님의 활동 이력은 A4용지로 3매가 넘을 정도로 화려하여 지면에 모두 소개하지 못함이 아쉽다.

조소목 선생님은 정읍 소성면 출신으로 대한기독교 신학교(현 기독교대학교) 신학과를 중퇴하신 후 한평생을 농업에 종사하셨다.

어린 시절 정읍에서 초등학교 다니실 때 담임선생님께서 글을 잘 쓴다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받으신 일이 있었는데, 그 칭찬 덕에 자신이 문학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하셨다. 그 좋은 기억이 나서 자신도 글을 잘 쓰는 어린이들에게 담임선생님의 정신을 물려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에 3년 전부터 소년문학지에 ‘소목 문예상’을 만들고 상금을 매년 130만-140만 원씩 기증해 오셨다고 한다.

농부가 매년 130만-140만 원의 상금을 지원하기는 쉽지 않은데도 그 일을 몸소 실천하셨다. 

그러다가 이번에 작고 하시면서 유언을 남겨 아들 조규원 씨가 아버지의 훌륭하신 정신을 이어받아 매년 소목 문예상 상금을 대신 내기로 하였다니 훌륭한 아버지에 더 훌륭한 아들이다.

페스탈로찌는 스위스에서 한평생 교실도 없이 나무 그늘에서 부랑아 아이들을 데려다가 교육하고 혹시라도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이 다칠까 봐 사금파리나 유리 등을 줍는 것이 하루일과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논문 한 편을 썼는데, 그 논문이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교육의 아버지가 되었다,

조소목 선생님이야말로 우리나라의 페스탈로찌에 버금가는 훌륭한 인물이라고 감히 부르고 싶다.

부자들도 하기 힘든 일을 먹고 살기도 힘든 형편의 농부가 자라나는 소년들에게 문학 활동을 장려하는 상금을 주는 일을 시작했고, 그 일을 또다시 아들이 이어받아 하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조소목 선생님의 영전에 명복을 빈다.

이만호 / 본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