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는 모든 연령대에서 즐기는 오락이자 전 세계 수천만 명이 즐기는 스포츠다. 처음 식량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낚시가 오늘날 취미 및 스포츠가 되기까지 국가·문화별로 다양한 특징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낚시는 집중력을 길러주는 교훈을 준다. 그것은 곧 기다림, 즉 인내이다. 낚시는 참고 견디고 기다림이다. 미끼를 물에 던지고 찌를 응시하면서 한없이 기다리는 것이 낚시다. 고기가 입질을 하지 않는다고 투덜대거나 인내하지 못하면 고기를 잡을 수 없다. 

낚시의 묘미는 손맛에 있다. 고기가 미끼를 물었을 때 낚싯대로부터 손끝에 전해지는 묵직한 진동, 그 짜릿함을 말로 어찌 다 표현하랴. 그것은 경험자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다. 

내 남편은 낚시가 취미다. 때론 광적이다 싶을 정도로 낚시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생업을 팽개치거나 집안일을 등한시하면서까지 낚시에 몰입하지는 않는다. 본업에 충실하면서 가끔 공휴일이나 토·일요일에는 한적한 저수지를 찾아 낚시를 한다. 

간혹 남편 낚시질에 나도 따라나설 때가 있다. 봄이면 낚시하는 남편 옆에서 책을 보기도 하고, 낚시터 인근에서 쑥이며, 냉이를 캘 때도 있다. 가을이면 알록달록 물든 단풍을 구경하며 시상에 젖기도 한다. 고기도 잡고 나물도 캐고 구경도 하고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작년 이른 봄, 남편과 친정 부모님이랑 넷이 시 외곽으로 낚시를 갔다. 매년 봄이면 두세 번은 연례행사처럼 남편과 부모님이랑 낚시를 가곤 한다. 

그날도 남편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배낭에서 낚시 도구를 꺼내 미끼를 꿰어 낚시에 몰입한다. 친정아버지도 남편 옆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며 차분히 물을 바라본다. 낚시하는 남편과 불과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엄마와 나는 냉이와 쑥을 캐며 도란거렸다.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쑥은 제 몸에 칼을 갖다 대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햇살 좋은 봄날 부드러운 온기를 안고 냉이며 쑥을 캘 때는 자연과 한 몸이 된다. 싱그런 초록과 어우러지는 힐링 여행이 된다. 나는 자연 속에 있고, 봄바람은 내 몸을 감싸 안는다. 

이렇게 한 시간 남짓 나물을 캐다가 낚시하는 남편 곁으로 갔다. 남편은 그간 몇 마리의 붕어를 잡아 놓고 더 많은 고기를 잡기 위해 낚시찌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붕어들은 간간이 들어오는 입질 외에는 좀체 미끼를 물지 않는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남편의 낚시찌가 움직이면서 물속으로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이때다 싶어 남편은 힘껏 낚싯대를 낚아챘다. 순간 큼지막한 붕어가 낚싯바늘에 꿰어 공중으로 치솟다가 그만 빠져버렸다. 허탈한 순간이었다. 

“아, 이런! 아이고 아쉽다. 큰 거였는데….” 친정아버지는 무릎을 치면서 무척 아쉽다는 말씀을 연거푸 하신다. 엄마와 나는 또 잡으면 된다며 아버지를 안심시켰다. 

잡았다 놓친 고기를 놓고 옥신각신하던 그때 낚시찌 주변으로 큰 붕어 몇 마리가 왔다 갔다 한다. 

“자네, 방금 큰 거 지나가는 거 보았는가!” 아버지가 남편한테 말을 건네자 남편은 멋쩍은 웃음을 입가에 띄우며 물만 바라본다. 

지난가을, 어느 날 부모님은 밭에서 마늘을 심고 귀가 중이었다. 아버지가 운전하는 오토바이 뒤에는 어머님도 타고 있었다. 그런데 집 앞 도로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던 트럭이 갑자기 아버지의 오토바이를 들이받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아버지와 엄마는 얼굴이며, 가슴, 목, 다리 등에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 갔다. 놀란 마음으로 급히 병원으로 달려가니 아버지와 엄마는 응급처치가 끝나고 누워계셨다. 그 모습을 보니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다. 

부모님이 병원에 입원한 지 6개월째, 어느 정도 치료를 받고 몸이 회복된 아버지는 식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원하고 말았다. 나는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갈비며 닭도리탕을 만들어 아버지께 갖다 드렸지만 아버지는 입맛이 없으신지 음식을 거의 드시지 않았다. 

아버지가 퇴원하고 한 달도 채 안 됐을 어느 날, 아버지 건강이 염려되어 먹을 것을 장만하여 아버지 집을 찾았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순간 혼비백산으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버지는 침대에 반듯이 누운 채로 그만 돌아가신 것이다. 이 무슨 청천벽력인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돌아가신 게 분명했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으로 우리 가족은 현재 보험회사와 소송 중에 있지만 어머님은 지금도 병원에 입원 중이다. 사고를 낸 트럭 기사는 문병은커녕 지금까지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가 없다. 

지난 일요일 남편과 가까운 방죽으로 낚시를 갔다. 우리는 낚시에 미끼를 달아 물에 던져놓고 하염없이 찌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돌아가신 아버지의 영혼이 낚시찌에 얼비친다. 아버지가 바로 이 포인트에서 낚시를 하셨는데, 그만 아버지를 생각하니 울컥거려 눈물이 핑 돈다. 살아계실 때 잘해드리지 못한 점이 한이 되어 죄스럽다. 퇴원 후 당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닭백숙 하나 제대로 못 드시고 떠나시다니, 오늘따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다. 

곧 출간될 내 시집, ‘꽃잎에 편지를 쓰다’를 아버지의 영전에 바친다. 

박미혜 / 시인·한국신문학협회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