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을 물고 있다
소금쟁이 물결 파장에 잠자리 놀란 만도 하다
그런데도, 끔쩍하지 않는다
연잎에 가느다란 발끝으로 아슬아슬 매달려 있다
어찌 보면, 딱, 그 자세다
잠자는 척하는 모양새가 도도하다
연잎은 아침이면 피어나야 한다
말도 못 한다
수양버들처럼 작은 바람에도 휘어진다
흐린 하늘에서 마른벼락이 치고 비를 뿌려도
무사태평, 연못의 지배자다
소금쟁이 물결 파장이 넓어진다
여전히 깃털 같은 너를
연잎은 사랑으로 물고 있다
‖시(詩)를 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네 번째다. 도도하게 방역 조치를 잘 따랐다. 그래서인지 3년째 피해 가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루, 이틀 집에서 보내자니 답답하다. 아내 몰래 산책이라도 다녀오려다 핀잔만 받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역마살이 낀 것인지, 나만 이럴까? 닫힌 공간은 숨이 막힌다.
다행인 것은 지난 접종과는 달리 열을 느끼지 못했다. 예방 차원의 해열제 외에는 무난하게 지나갔다. 그리고 3일 차에 드디어 눈에 익은 산책로를 거닐었다. 맘껏 맑은 공기와 햇살을 품었다. 그리고 사진도 남겼다. 덕분에 시 한 편이 세상과 마주한다. “잠자리, 연잎을 물다”가 제목이다. 기다려 준 자연이 고맙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래서 인생은 살맛나는가 보다.
박 여 범 / 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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