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은혜

기도할 수만 있어도 행복합니다

큰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깊숙이 숨어 있다가 기웃거리는 어설픈 마음처럼

당신이 가신 그 길을 따라가러 합니다

십자가의 사랑과 희생을 기억합니다

바보처럼, 묵상하고 기도하는 일상에 충실합니다

겨자씨처럼 작은 기도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강건한 믿음은 사랑에 기초해야 합니다

믿음은 누가 뭐래도 말씀 안에서 자라납니다

기도로 준비하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은 은혜입니다

세상의 고집과 지식이 아닌 성령으로 살겠습니다

기도할 수만 있어도 행복합니다

기도하며 걸어가는 그 길에

저만큼, 꿈과 희망이 넘치길 소망합니다

처음은 미약하나 나중은 창대하리라는 말씀처럼

-박여범 시인 '은혜' 전문-

‖시(詩)를 담다‖

부모님을 찾아뵙고 왔다. “다시 조만간 오겠습니다.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답은 없다. 발길을 내딛기가 서운하다. 큰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부모님 모습이 눈앞에서 떠나질 않는다.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깊숙이 숨어 있다가 기웃거리는 어설픈 마음처럼/, 작은 것이 힘이 될 때가 있다. 기도가 그렇다. 은혜로운 삶을 알지 못한다. 기도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처음은 미약하나 나중은 창대하리라는 말씀처럼……/ 은혜 안에 사는 건강한 삶에 감사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자. 기도할 수만 있어도 행복한 그 길에 저만큼, 꿈과 희망이 넘치길 소망한다. 내가 걸어오고, 걸어가는 이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잊지 말자. 부모님의 삶이 기도로 준비하는 하루였듯이…….

박여범 / 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