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속마음 나누던 정든 친구

떠나간 슬픔은

생인손보다

더 쓰라린 아픔이어라

세월이 흘러

그 환부에 새살 돋으면

꿈에 그리던 파라다이스 찾아

정처 없이 긴 여행을 

떠나볼까?

외로움은 배낭 속에 감추고

당당하게

노을 길을 걷노라면

스르륵~~~

잊혀진 푸른 추억의 열쇠가

내 안에 잠긴 자물쇠를 풀어줄까?

오늘도 주치의 말씀에 희비가 엇갈려

나약한 심신 치유 받고자

상록수 숲길을 더듬어

심혼을 씻는다 (-손준식, ‘세월이 가면’, 전문, 62-63쪽.-)

시인에게는 /속마음 나누던 정든 친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언제인지도 모르게 나를 떠나가 버렸음도 알 수 있다. 그 ‘떠남’은 나에게 /생인손보다/더 쓰라린 아픔이/이 된다. 그리워도 만날 수 없다. 연락처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그리워하는 마음을 키워가는 것뿐이다. 그 시간이 켜켜이 쌓여 세월을 만들어 낸다.

시인은 위의 시에서, /세월이 흘러/그 환부에 새살 돋으면/꿈에 그리던 파라다이스 찾아/정처 없이 긴 여행을/떠나볼까/라는 ‘정처 없는 긴 여행’을 통한 세월의 아쉬움을 잠재워 보고자 한다. 실천 여부는 전적으로 시인에게 있다. 평상시 ‘여행’과 멀어진 삶 속에서 경제적 어려움과 시간이 발목을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결단이고 실천이다. 머리가 생각하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떠나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무모하리만큼 저돌적으로 실천하는 겁이 없는 호흡이 필요하다. 이 시를 읽는 독자의 현명한 판단은 누구의 몫도 아니다. 바로 독자 자신이다. 후회하지 않을 잊혀진 푸른 추억의 열쇠를 민들레 홀씨와 함께 걸어보자. <끝>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