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시간이 흘렀다. 저만치 다가올 것 같은 고향의 추억, 그 한 자리를 뻐꾸기가 차지한다. 문득 지금도 그리워지는 유년 시절, 사랑했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그립다. 살구나무 아래에 앉아 흙장난으로 보내던 철없던 시절 동원이, 길용이 형은 아직도 고향을 지키고 있을까?

문득 떠오르는 얼굴은 고요한 밤하늘을 수놓은 청아한 뻐꾸기 소리에 묻혀 안개처럼 흘러가 버린다. 뻐꾸기는 때까치, 지빠귀 따위의 둥지에 알을 낳아 까게 하는 특성이 있다. 초여름에 남쪽에서 날아오는 여름새로 ‘뻐꾹 뻐꾹’하고 구슬프게 운다. 

이 구슬픈 울음은 우리의 마음에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불러오는 마력이 있다 덧없는 세월에 뒤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인생은 찰나에 불과하다. 그런 세월을 두견과의 새인 뻐꾸기가 자주 소환된다. 

도서 출판 NEXT DESIGN 송현채 사장님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봄의 화신(花信), 여름-녹음방초(綠陰芳草), 가을-천고마비(天高馬肥), 겨울-겨울연가의 4부로 구성된 송태종 시인의 첫 시집(시선 125호) ‘뻐꾸기는 이렇게 울었다’(PDF)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좋은 일도 많겠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일에 휩쓸리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시간 낭비는 물론 소모전으로 인한 정신적인 충격에서 한동안 벗어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고칠 수 없는 병이 가끔 도진다. /입이 심심하다고 주전부리를 찾고 /입맛이 없을 땐 외식하곤 한다 / 절친을 만나서는 입방아가 찧고 싶어지고 / 입이 출출하다며 술을 먹는다 / 분명히 내 입이건만 간수하기가 쉽지 않다 / 잠을 자다가도 잠꼬대하는 입 / 세상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숙제가 입단속이다.

-송태종, ‘세상을 살아가면서’ 

145~146쪽. 전문-

위 시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고칠 수 없는 병의 출발점은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놀랍지 않은 사실이다. ‘입’, 그 ‘입’이 모든 화의 근원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맛있는 밥을 먹거나, 주전부리를 찾아 과자를 씹거나, 외식으로 만족감을 더하거나, 절친을 만나 뒷담화를 까는 그 맛은 어느 맛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좋다. 그 입에 술, 술이 술술 들어가면 꼭 문제가 생긴다. 술, 바로 그 술이 문제다.

‘나만 왜 그럴까?’, ‘다른 사람들은 재밌고 아무 일 없이 잘 살아가는데, 왜, 왜, 나만 늘 불행한 것일까?’하는 고민으로 쓴 소주잔을 기울이곤 한다. 

한 잔 두 잔 술이 한 병, 두 병 술병을 쌓다 보면, 입은 분명히 내 입인데 간수하기가 쉽지 않다.

달콤한 초콜릿보다 더 달콤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랑‘이다. ‘사랑’하면, 누구나 한 번쯤 아팠던 추억에 엷은 미소가 남을 것이다. 

바로, ’짝사랑‘ 때문이지 않을까? 사춘기가 일찍 찾아온 아이가 선배를 ’짝사랑‘ 하며 보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2편에 계속>